"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무섭다'며 한국으로 가자고 재촉합니다. 학교에서 놀림받고, 인터넷에선 욕설을 봅니다. 최악의 혐한(嫌韓) 정서를 더는 견디기가 힘듭니다."

일본의 연립 여당 공명당 의원들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의 피해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6일 오전 도쿄의 한류 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를 찾았다. 공명당의 헤이트 스피치 문제 대책팀 소속인 도야마 기요히코(遠山淸彦) 중의원, 다카기 미치요(高木美智代) 중의원, 구니시게 도루(國重徹) 중의원 등은 민단 관계자와 한국 식당 상인들을 면담하며 이들의 증언을 경청했다.

신오쿠보에서 17년째 한국 식당 '오작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덕호씨는 "최근 2~3년 사이 헤이트 스피치가 격화된 이후 손님들은 '무섭다'며 신오쿠보를 찾지 않고, 매출이 60% 이상 급감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로 얼굴을 전부 가린 시위대가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두려워 거리에 나가지 못한다"며 "제발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0년 전 유학생으로 일본에 와 정착한 이승민씨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한국 음식보다 일본 음식을 더 좋아할 정도로 일본 문화에 동화돼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학교에서 '조센징(조선인)은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인터넷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접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교 선생님이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인 것을 안 학생들이 '조선 선생이 하는 짓이 그렇지' 하며 선생님을 따돌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신오쿠보 한인들은 혐한 세력의 헤이트 스피치로 '한류의 거리'가 '데모와 욕설의 거리'로 전락해 버렸다며 법적으로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오영석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회장은 "헤이트 스피치가 욕설과 막말에 그치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종업원을 위협하고 기물을 건드리는 등 손님이 다시는 가게를 찾지 않도록 영업을 방해한다"며 "관련 법규가 없어 경찰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명당 헤이트 스피치 대책팀 좌장인 도야마 의원은 "헤이트 스피치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는 물론 여야를 초월해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헤이트 스피치를 단속·처벌하는 법을 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증거 수집이나 위법성 규명 방식,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등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재일 한국·조선인을 겨냥해 벌어지는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는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헤이트 스피치를 제재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아베 총리의 국회 해산 조치로 입법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