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소 등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공익소송이 빈발해 온 가운데 이번에는 남가주 지역 한인 일식당 10여곳이 생선의 명칭 표기가 잘못됐다며 소비자 보호법을 근거로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로펌으로부터 집단소송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업주들에 따르면 이같은 서한은 특정 변호사 사무실에 의해 발송됐으며 생선 명칭 표기 잘못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업소 당 8만~20만달러 상당의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서한을 받은 한인 일식당 업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모색하고 있다.
한인 업주들에 따르면 롱비치에 소재한 한 로펌은 지난 9일을 전후해 롱비치와 가든그로브, 팜스프링스, 애나하임 등 남가주 곳곳의 일식당들을 상대로 생선의 이름을 본래 명칭인 ‘에스콜라’가 아닌 ‘화이트 튜나’로 속여 팔았다는 주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 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같은 서한을 받은 한인 일식당들이 남가주 전역에서 12곳 정도로 파악됐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이 로펌은 한 고객이 지난해 10월 롱비치 K스시를 포함한 일식당들을 찾아 화이트 튜나를 주문했으나 생선이 이름과는 달리 에스콜라로 밝혀졌다며 플로리다의 한 연구소에 성분 조사를 의뢰해 받은 결과 보고서까지 동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펌은 결국 이 고객이 잘못된 생선을 먹은 셈이라며 지난 3년간 다른 고객들이 입은 피해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인 업주들은 해당 생선이 업계에서 수십년간 통상 ‘화이트 튜나’로 불려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서한을 받은 롱비치 지역의 업주 기모씨는 “로펌에 의뢰한 고객이 정말 화이트 튜나를 먹고 싶었는데 에스콜라로 서빙 받아 실망한 것이라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화이트 튜나는 에스콜라를 일식당에서 별칭으로 사용하는 업계 통용어다. 해당 로펌이 남가주 한인 일식당을 타겟으로 똑같은 편지를 보낸 사실로 볼 때 합의금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든그로브 지역 한 일식당 업주 김모씨도 “수십년 동안 일식당과 스시맨들은 에스콜라를 화이트 튜나로 지칭했다. 가게 문을 연 지 9개월밖에 안 됐는데 20만달러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A 다운타운 한 수산물 도매업체 대표는 “도매업체에서는 문제의 생선을 판매할 때 원산지 표기대로 에스콜라로 판매한다”며 “오노, 에스콜라, 와우 등으로 불리는 이 생선을 일식당에서 부르기 편하게 화이트 튜나로 판매하는데, 생산지 명칭대로 메뉴에 표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 일식당 업주들은 17일 오전 10시에 모여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