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평균 49점, 미래세대 역사인식 낙제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식이 낙제점 수준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본에서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우파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고생 65%가 고노담화를 알지 못했다. 군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알고 있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관련기사 3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일보가 지난달 22~26일 서울 및 수도권 지역 7개 학교 중ㆍ고등학생 613명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문제를 풀게 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중 49점의 낙제점이었다. 중학생 214명의 평균 점수는 42점, 고등학생 372명의 점수는 그보다 12점 높은 54점이었다. 위안부 문제가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도 우리 미래세대의 역사인식은 낮은 수준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노담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고노담화는 1993년 일본 정부가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피해자들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했다고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다. 이 내용을 제시하고 무엇이냐고 물은 객관식 문제에서 정답률은 35.3%에 불과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인식이 낙제점 수준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 의식을 심어 주는 일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앞에 설치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 광주=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일본에서는 정권의 우경화에 따라 고노담화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베 정권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고노담화는 한?일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고 의미를 폄하한 데 이어 집권 자민당 의원의 과반수가 ‘고노담화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강정숙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노담화가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어도 최저선으로 수용할 만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미래세대가 이마저 모르고 있으면 앞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의 개념에 대해 상식 밖의 오답도 속출했다. 위안부 용어를 묻는 문항에 87.6%가 정답을 답했지만 ‘매춘부’ ‘위안군’ ‘종속 위안부’ 등의 잘못 표기한 답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성 상대를 해야 했던 피해 당사자에게는 매춘부라는 용어가 큰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일본이 주장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 문제가 크다”며 “이 같은 일이 역사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미래세대의 제대로 된 역사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경훈 용인 서천고 교사(동북아역사재단 추천)와 김남수 분당 돌마고 교사(전국역사교사모임 추천)가 출제하고 여순주 한국정신대연구소 연구원이 감수한 10문항(배점 5~15점)으로 구성됐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