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집회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짜” 지만원 ‘망언’…비난 봇물

경향신문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여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동원된 가짜”라고 주장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대일본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여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씨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위안부 문제를 해부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한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125명의 위안부 할머니 중 진짜 일본군 위안부는 33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씨는 “진짜 피해를 본 일본군 위안부는 20%이며, 80%는 생계가 어려워 스스로 성(性)을 판 창녀”라고 쓴 뒤 수요시위 등에 참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1944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이라면 현재 최소한 78세 이상의 고령으로 건강이 너무 상해 거동이 불편할 것”이라며 “최근 TV에 보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건강도 좋아 보이고 목소리에도 활기가 있는 분이 많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지씨는 이어 “중국 출신 할머니들이 일당 3만원씩 받고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대협 등은 자신들의 영달과 모금활동을 위해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며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반일운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위안부 행사는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대협 할머니 분노 “명예훼손 곧 소송“ - 안신권 ‘나눔의 집’ 사무국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여성부의 심의과정을 거쳐 국가에서 정식 인정을 받은 분들”이라며 “할머니들이 78~88세의 고령인데 나이와 건강상태로 트집을 잡는 것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사무국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본과 싸우고 있는 도중 국내 한 몰지각한 인사의 발언으로 소모적인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윤미향 정대협 사무총장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언”이라며 “근거없는 궤변으로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대협과 ‘나눔의 집’은 “지씨의 잇단 망언을 좌시할 수 없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해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배 변호사는 “단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동원했다는 부분은 명예훼손이고, 위안부 할머니 80%가 돈을 받았다는 부분은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네티즌 분노 “日극우파 앵무새” - 지씨의 이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지씨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ID ‘일본인’은 “위안부 피해자의 대부분이 (일본이) 취직을 시켜준다는 것에 현혹돼 유린당한 분들”이라며 “일본 극우파의 앵무새가 따로 없다”고 비난했다.

네티즌 ‘sjsai’도 “지씨는 신빙성 없는 주장으로 아픈 역사를 매도하지 말라“며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나가자’란 네티즌은 “지난달초 ‘일본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글을 발표한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친일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며 “입장을 철회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정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지식인으로 자처해온 지씨가 과연 제 정신이냐”라며 “일본으로 가서 살아라”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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