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 일반

임대주택 사업, 일본式 전문기업 모델로 키운다

  • 선정민 기자

  • 입력 : 2014.12.24 03:04

    전·월세 급등세 잠재우고 건설경기 회복 '두토끼 잡기'
    LH보유 토지 할인 매각 등 건설사 지원해 참여 유도
    도심 소규모 임대주택 활성화, 일본의 성공 사례 벤치마킹

    정부가 지난 22일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대대적인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내놓자, 이 대책이 전·월세 급등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전·월세 가격을 내리고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전·월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민간 부동산 임대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과 더불어 파격적인 세부 지원이 병행돼야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정부의 민간 공공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기존 관(官)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을 민간 주도로 전환해 꺼져가는 임대주택 시장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분양용 아파트 승인 실적은 전년도보다 25%가량 증가했지만, 임대용 아파트는 18% 감소했다. 임대주택 분양을 책임지는 LH(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138조원에 달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임대주택에 더 이상 돈을 투입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민간 임대주택 사업은 5년 이상의 회수 기간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면 참여가 미미했다. 이번 정부 대책은 건설사들에 대한 각종 지원으로 수익률을 높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승인 실적 그래프
    LH가 보유한 최대 30조원의 보유 토지 등을 임대 사업자에게 할인 매각하고, 장기 임대주택 용적률을 높여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대표적이다. 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신탁회사) 법인세 면제와 건설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 보유 특별공제 신설 등 세제 지원도 담겼다.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도 일부 해제할 방침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그동안 업계에서 건의해온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대책"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세부 지원 내용에 따라서 임대주택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최소 5~6% 정도는 되어야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전·월세 가격 급등세를 잠재우고 침체된 건설 경기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 가격은 2년 전보다 평균 11% 상승했고, 건설투자는 지난 2분기 0.4%, 3분기 2.5%(전기 대비) 증가했지만 회복세가 느린 실정이다.

    "일본식 전문 임대주택업체 육성해야"

    하지만 대규모 주택단지 중심의 임대주택 공급이 도심 내 소규모 주택을 선호하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중·소 규모 민간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료 상승 폭을 연 5%로 제한하는 대신 주택기금을 지원하는 '준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했지만 월간 등록 실적이 451호(10월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도심 내 소규모 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임대주택을 활성화한 일본의 사례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0년대 도심 곳곳의 소규모 용지를 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종합 부동산 회사들을 중점 육성해 장기간의 부동산 침체를 해소하고 은퇴 세대의 노후 소득 안정에 기여한 성공 사례가 있다. 일본의 은퇴한 자산가들이 적게는 5~6개, 많게는 수십 개씩 임대주택을 굴리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비결이다. 임대주택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 노후 주택 소유자 등을 찾아다니면서 임대주택 사업을 제안하고, 이후 관리·임대까지 모두 책임지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땅 주인 입장에선 편리하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브리스(지주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개발·관리해서 수수료를 얻는 사업)' 방식의 민간 임대주택 분야 전문 기업들은 개발·관리는 물론 금융까지 수직 계열화해서 1~2조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연간 수십만호의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회사 '레오팔레스21'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도 땅을 임대주택으로 개발한 사람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30~70%까지 면제해주고 지방세를 감면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전문업체의 임차인 모집·알선 등이 금지돼 있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고 정부의 세제 지원도 미미하다. 우리투자증권 김규정 연구위원은 "임대주택 전문 사업자들을 육성하려면 법인세 감면과 금융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또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임대 사업자들에 대한 과세 유예 등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일본식 전문 임대업 육성을 통해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의 관련 업계에 대한 시장 조사에 착수했고 내년 초에 발표될 세부 대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