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朝日)신문 기자 출신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6)씨는 23년 전에 쓴 위안부 관련 기사 때문에 본인은 물론 고교생 딸까지 '테러 협박'을 당하고 있다. 극우 세력이 문제 삼는 것은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 처음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기사이다. 일부 주간지가 연초 '위안부 날조 아사히 기자, 대학교수로'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을 신호탄으로 우익들의 테러 협박이 이어졌고 지난 3월 대학교수 임용이 좌절됐다. 우에무라씨가 비상근 강사로 있는 홋카이도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대학에도 해고를 요구하는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만난 우에무라씨는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언론과 학문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비열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우에무라 테러 협박'을 '제2의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나이하라는 1937년 군국주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도쿄대학에서 추방됐으며 일본은 침략전쟁으로 치달았다.

―가족까지 협박을 받고 있다.

"기사에 대한 불만으로 기자를 공격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고교생 딸 사진과 함께 '자살로 몰아넣겠다'는 협박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딸이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딸도 두려움을 느꼈겠지만, '절대 지지 않겠다. 이왕이면 인터넷에 좀 잘 찍은 사진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기사를 쓴 기자가 많다. 표적이 된 이유는 뭔가.

"첫 증언 보도 이후 피해자 200여명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국제적 문제가 됐다. 협박 세력들은 후배 언론인들에게 '너희도 우에무라처럼 당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표적이 된 배경이다. 인터넷에는 가족을 협박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헤이트스피치(인종차별 발언)' 내용이 많다." 그의 장모가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제기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장 양순임씨이다. 극우 세력은 우에무라씨가 "장모 때문에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해 보도했다"는 황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검증하는 등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

"일부에서 위안부 문제를 '강제 연행한 증거'의 문제로 축소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 생활을 강제당한 여성 인권 문제라는 것이 본질이다. 유엔도, 미국도 인권 문제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문서로 남은 증거 여부를 따지는 주장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없다."

―극우 세력은 당신을 매국노라고 비판한다.

"나는 진정으로 일본을 사랑한다. 일본이 이웃 국가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침략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와 아사히신문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면서 최근 일본 언론에서 위안부 관련 기사가 거의 사라졌다. 위안부 피해자 첫 증언을 보도했던 기자로서 위안부 관련 문제를 다시 취재하고 싶다. 숙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당신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만,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비상근 강사로 있는 호쿠세이가쿠엔대학에도 해고를 요구하는 테러 협박이 이어지자 변호사, 학자, 언론인 등 1200여명이 참여한 '지지 마라 호쿠세이 모임'이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의 학생, 직원, 교수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10월 1일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호쿠세이가쿠엔대학이 협박전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학생모집에 피해가 발생하고 테러에 대비한 경비원 추가 배치로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내년 강사 재계약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학내·외에서 "테러 협박에 굴복할 경우, 학문과 신념의 자유는 종언을 고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학 당국은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인터뷰에 동석한 한 지원자는 "우에무라씨의 재계약 문제는 한 대학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면서 "경찰이 테러 협박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우에무라 다카시는 누구]

아사히신문 서울·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 퇴직했다. 그는 '재일 한국인 인권 문제'를 담당했던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처음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한국 언론에 앞서 보도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한국에서 200여명이 피해 사례를 공개, 위안부 문제가 국제 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적 비판이 쏟아지면서 일본 정부는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발표했다. 극우 세력은 "위안부문제를 조작해서 일본의 명예를 실추시킨 기자"라고 공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