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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칼럼] 혐한론과 무술 표절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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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칼럼] 혐한론과 무술 표절논쟁
기사입력 2014-11-14 14:55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지난 11월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이곳 1층 로비에서는 ‘일본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ㆍ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최재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재일대한민국민단(단장 오공태)이 주최하고, 국회도서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약 40여 점의 혐한 출판물(서적, 잡지)의 전시를 통해 일본에서의 혐한 분위기를 되짚어보고, 동시에 한국에 우호적인 출판물도 함께 전시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진지한 반성의 분위기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여러 혐한 전시물 중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단연 ‘혐한류’이라는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혐한류’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일본에 불어닥친 한류에 반발해 야마노 사린이라는 작가가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담아 2005년에 출판한 만화책으로, 한일월드컵공동개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한국의 일본문화 표절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주장하는 한국이 일본문화를 표절했다는 내용 중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무술로 알려진 태권도, 합기도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무술계에서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혐한론이 담고 있는 정치적인 함의, 또는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기로 한다. 기자의 전공분야가 아니므로.

다만, 이 책이 혐한론의 맥락에서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일본의 문화 표절론, 그 중에서 무술과 관련된 부분은 되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적어도 무술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반박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수련되고 있는 가장 알려진 무술 4가지를 꼽는다면, 태권도, 합기도, 검도, 유도 정도가 될 것이다.


이 4가지 무술은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영향을 받은 무술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전통무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유도의 경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극히 일부 유도인들은 유도조차도 한국에서 넘어간 무술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유도만큼은 일본의 고유 무술이라는 점을 국내의 유도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도의 경우에서부터는 좀 복잡하다. 검도, 특히 그것이 호구를 쓰고 죽도를 들고 경기를 하는 켄도(Kendo)인 경우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 검도(켄도)가 일본의 고유 무술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검도가 일본이 체계화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처음 검술을 전해준 것이 고래의 한반도인들(신라, 백제, 고구려 등)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검도가 가지는 일본적인 정체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내 검도인들은 국제검도연맹의 규정에 따른 복장을 준수하지 않고, 현대의 검도(켄도)의 검리(劍理)와 관계가 없는 ‘조선세법’ 같은 것을 복원해서 독자성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합기도의 경우에는 그 시조로 인정받고 있는 최용술이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대동류합기유술 또는 야와라로 통칭되는 유술을 배우고 돌아와서 가르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을 굳이 인정하지 않고 한반도에서 일본에 건너간 무술이라는 식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명칭에서조차 일본의 아이키도(合氣道)에서 따온 것이 최근 들어 국제적인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 한국의 합기도는 그 정체성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나마 태권도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가라테를 배우고 돌아온 사람들에 의해 ‘공수도’, 또는 ‘당수도’라는 이름으로 수련되고 있다가 최홍희의 정치적인 기지를 통해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통합된 후, 독자적인 경기 규칙을 통해 스포츠화 하면서 현재와 같은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올림픽 스포츠로서 오히려 가라테를 능가하는 국제스포츠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권도이지만, 그 시작에서만큼은 가라테에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무술인들이 이러한 한국 무술이 일본 무술로부터 받은 영향을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근거없는 ‘2천년 전통무술론’을 여전히 내세운다면, 스스로 ‘혐한론’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상호간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 이것이 개인간이건 국가간이건 어떠한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 전 조선을 강탈했고, 그러한 시대적인 상황에서 독도가 주인없는 섬이라고주장하며 현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처럼, 분명한 실체로서 우리가 받은 일본 문화의 영향 자체를 부인하는 것 또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무술은 문화의 한 부분이다. 문화는 흘러가는 것이다. 태권도로 대표되는 한국의 무술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6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한국화했고 독자적인 무술 문화로서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세계인들이 수용하는 문화가 된 한국 무술의 객관적인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떳떳하게 말해도 좋을 때가 된 것이다. 한국무술의 역사, 이제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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