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공사용 임시 가림막이 흔들림 원인"...주민 "잦은 보수 등 불안해서 못 건널 듯"
심한 흔들림 현상으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된 이순신대교에서 27일 전문가들이 강판 균열 여부 등 주요 구조물의 손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육안검사와 함께 실제와 비슷한 조건에서 덤프차량을 통과시키는 차량 주행시험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심한 흔들림 현상으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된 이순신대교는 포장층 균열 보수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상 구조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지만 인근 주민과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27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10여분 동안 이순신대교를 통행했던 운전자들로부터 경찰서와 소방서에 2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신고자들은 ‘다리가 심하게 흔들려 속이 울렁거렸다’,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웠다’ 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도 신고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관리 주체인 전남도는 이곳을 건너던 차량 수십 대를 긴급 대피시키고 차량 통행을 이틀간 전면 통제했다. 다리 아래를 통과하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진입도 제한했다.
전문가들과 시공사인 대림건설 측의 현장 조사결과 아스콘 포장공사를 위해 양쪽 난간에 임시 설치한 가림막(연장 2.26km, 높이 1.2m)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풍하중과 와류진동이 흔들림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순신대교는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기간에 왕복 4차로를 임시 포장했으나 균열이 발생하자 지난 6월부터 노면 재포장 공사를 벌였다. 현재 여수에서 광양 방면 2차로의 공사를 마치고 반대편 차로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기존의 아스콘 포장을 걷어내고 5㎝ 두께의 에폭시 아스콘으로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자재가 날리거나 난간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쪽 난간에 천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서 다리가 심하게 흔들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 등은 이번 흔들림 현상은 관리기준치인 상하 ±2.6m에 못 미치는 ±0.9m로 계측되는 등 구조적인 안전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좌우는 7.213m 폭으로 흔들리면 주의, 9.617m는 경고, 12.021m에 이르면 위험으로 구분돼 있다. 전남도는 “평소보다 흔들림이 심했지만 관리통제 단계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측정돼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소 이 다리를 이용해 여수와 광양을 오가던 화물차 운전자와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대형 참사에 부실시공 우려도 제기되면서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순신대교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48·여수시)씨는 “1년밖에 안 된 다리 곳곳이 보수 중이고 평소에도 다리가 출렁거려 안전하다는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며 “공포스러워 앞으로는 다리를 건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안전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원인조사와 함께 차량 통행 안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잇는 이순신대교는 사업비 5,242억원이 투입돼 2007년 11월 착공, 5년 5개월 만인 2013년 4월 준공됐다. 지난해 2월 개통했으며 총 2.26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현수교로 세계에서는 4번째로 긴 다리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