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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6 20:45 수정 : 2014.10.26 22:13

크레인서 떨어진 부품에 깔려
부품 보호 위해 허술하게 묶은 탓
고용부, 관리·감독 소홀 등 지적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 7번째 사망자인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다. 간접고용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울산고용노동지청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의 말을 종합하면, 23일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안아무개(55)씨가 위에서 떨어진 거대 금속부품에 깔려 울산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25일 오후 3시50분 숨졌다. ㅇ산업 소속의 사내하청 노동자인 안씨는 23일 오후 5시30분께 현대중공업 에이치(H)도크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3.5t 무게의 금속 부품을 차량에서 작업장 바닥으로 내리는 작업을 할 때 지상에서 신호 작업을 하던 중 지상 5m 높이에서 부품을 매단 줄이 끊어져 순식간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안씨는 어깨와 가슴뼈, 척추가 으스러지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내하청지회 등은 이번 사고도 사내하청 노동자가 아니라면 막을 수 있는 ‘계급형 사고’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부품을 보호하려고 강선이 아닌 섬유 재질의 실링벨트로 부품을 감싸며 중간에 보호재도 끼워넣지 않아 줄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정동석 사내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중량물의 날카로운 부분에 고무튜브 같은 보호재를 끼워야 실링벨트가 팽팽해져도 끊어지지 않는데, 하청노동자 신호수가 그런 작업으로 시간을 끄는 걸 현장에선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고는 주신호수도 없이 작업을 무리하게 강행하다 벌어진 참사”라고 규정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도 부실한 관리·감독과 작업 미숙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청 관계자는 “해당 작업이 ‘골리앗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이뤄지는 것이어서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사고 즉시 해당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근로감독 등의 조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만 6번의 중대 재해 사고로 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모두 부실한 안전장치와 교육 등이 빚은 참사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위험 작업에 내몬다는 비판이 인다. 지난 3월25일 사내하청 노동자 3명이 발판이 무너지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1명이 숨질 때도 표준작업지도서는 물론 안전교육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월21일 용접작업 중 튄 불꽃이 선박 내부 유해 가스에 옮아붙어 일어난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때는 원청의 무리한 작업 일정을 맞추려다 안전 조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폭발 위험이 큰 실내 도장 작업이나 추락 위험이 큰 족장(발판) 작업 등 온갖 위험한 일을 하청노동자한테 떠넘기고도 기본적인 안전 조처조차 취하지 않아 하청노동자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다”며 “조선업의 구조상 안전관리는 원청만 할 수 있는데도, 현대중공업의 어느 누구도 잇단 사고에 책임을 지지 않고 않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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