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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역사교사가 한국사 배우러 모국 찾은 까닭>
윤영자 씨 "차세대에게 제대로 된 한일 교류사 가르치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35년간 일본 학생들에게 일본사를 가르쳐왔는데 이제는 한국사를 배워서 양국 교류사를 자라나는 한·일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9월 1일부터 3개월 과정의 '2014 재외동포 모국수학 단기과정'에 입학해 한국어·한국사·문화를 배우는 재일동포 2세 윤영자(61) 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년 후 제2의 인생을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는 일에 쓰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윤 씨는 공주대 모국수학 과정에 입학한 학생을 대상으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열리는 '서울 문화 체험'에 참가하고 있다.
올봄 일본 나라(奈良)현 가시하라(栢原)시에 있는 미예(美藝)학원고등전수학교 교사 생활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오래전부터 벼르던 한국 유학을 결심하고 모국수학 과정에 지원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사를 본격적으로 배울 계획인데 그에 앞서 한국말과 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라현 본부에서 개설한 '한국어 초급과정'을 이수하는 등 한국어를 5년간 독학했어도 아직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우려고 합니다. 말과 역사와 문화를 배울수록 제가 '한국인'이란 의식이 더 커지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아이치(愛知)대학에서 일본사를 전공한 윤 씨는 졸업 후 교사가 되고자 했으나 공립학교 교사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오사카의 한국학교인 금강학원에 교편을 잡은 그는 결혼 후 나라현 가시하라시로 이주해 시립 중고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공립학교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립학교는 국적 제한이 없던 덕분이다.
"일본은 타민족에 대한 차별이 많은 나라입니다. 특히 재일동포는 일본이 식민지배를 했던 민족이라서 더 심한 차별을 받았죠. 부끄럽지만 교사 생활하면서 차별을 피하려고 일본인 이름을 써왔습니다."
재일동포도 주변에 없고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국말 등 뿌리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던 그는 일본인과 결혼하면서 아예 일본인이 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차별 받는 게 싫어 잘 모르는 한국을 잊고 살려 했는데 그럴수록 모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 뿌리와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배워 후손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교단에서 일본 학생에게 그 나라 국사인 일본 근대사를 주로 가르쳐온 그는 교과서가 일제 강점기에 관해 점령자의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고 반대로 모국에서는 식민지배를 받은 입장에서의 역사 인식만 내세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3개월 단기 과정을 마치면 우선 아버지의 고향이던 전라남도 해남을 찾아 뿌리에 관해 깊이 배울 생각이다. 이후에 대학원으로 유학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일 관계가 올바로 서려면 과거사에 대한 공평한 인식과 활발한 교류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합니다. 공부를 마치면 재일민단이나 일본 사회단체에서 차세대를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할 계획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은 듯해 무척 기대되고 설렙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9/18 07: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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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구박사, ‘키’는 노력으로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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