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면 최대의 피해자는 전쟁터에서 직접 싸우는 군인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방어할 무기조차 지니지 못한 민간인이다. 그중에서도 여성, 노약자와 같은 계층은 전쟁의 최대 피해자다.

'전쟁 속의 여성'은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본 전쟁을 주제화 한 전시다. 이 기획은 전쟁의 비인간성을 새로이 확인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자 하는 전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전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떠밀려 전쟁에 직접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과 자신의 의지로 전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주제로 한 '전쟁과 여성', 전쟁터를 누비며 그 살육의 실상을 전달했던 여성 종군기자의 눈에 비친 전쟁을 담은 '여성종군기자', 한국과 일본 사이에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뼈아픈 과거인 종군위안부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정신대'라는 소주제로 전쟁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우선 여성의 몸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려 기꺼이 전쟁터에 몸을 내맡긴 여성 종군기자를 들여다 보자. 8개국 18명의 종군기자들이 참여해 꾸미는 '전쟁과 여성'에서는 전쟁이 얼마나 반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 아이의 엄마인 하이디 라빈(미국)은 뿌리깊은 역사와 종교적 대립, 민족간 대립까지 가세해 지속돼온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최근 현실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함으로써 전기와 식량부족에 시달리면서 끔찍한 감옥에 갇힌 듯 살아가는 가자지구 사람들의 앞날은 기약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취재 베이스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이 시간에도 가자지구의 끔찍한 상황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낙하산을 탄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인 캐서린 르로이(미국)는 베트남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66년부터 87년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제적 사건과 분쟁 지역을 기록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정은진(한국)은 서양 백인기자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세계 보도사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동양인이자 한국의 여성 사진가. 제3세계의 분쟁지역을 오직 독기 하나로 담아낸 그녀는 특히 콩고 전쟁과 관련 성폭력으로 인한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에서는 일본군 종군위안부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배를 찢어 태아를 꺼내 죽이는 짐승같은 만행을 서슴치 않았던 일본군의 만행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으로 살아온 할머니들. 그러나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집권당의 낯두꺼운 행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작가들 중 김영희는 그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대구에서 출생해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계 미국인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희는 고통에 시달려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라디오를 통해 처음 접하면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록을 본격적으로 기록하게 된다. 그의 노력은 1996년 6월 TIME지 아시아판에 기획기사로 실리게 되고,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으로 여성 인권 피해 사례를 서구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여러 작가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기록화하는 작업에 하나둘씩 동참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은 사진작업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드러내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