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기와집'은 일본인이 쓴 위안부 이야기다. 저자 가와다 후미코는 와세다대 문학부를 졸업한 후 국제정보사에서 일했다. 작가로 전향한 후에 '바로 어제의 여자들' '황군 위안소의 여자들' 등을 펴냈다. 제목만 봐도 여성문제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진다.
저자가 인터뷰한 배봉기 씨는 일본에서 군 위안부 실체를 처음 증언한 사람이다. 배씨는 글을 쓰거나 읽을 줄 몰랐다. 육성으로만 이어진 증언은 솔직하고 명확했다. 저자는 수년에 걸쳐 이뤄진 70여시간 분량의 인터뷰 녹음을 그대로 풀어내는 역할을 담담하게 해냈다.
배씨는 수수밭 뒤의 작은 집에서 자신을 가리며 살아왔다. 흔들리는 바람과 수수의 서걱거림으로 그의 과거를 지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칩거하며 철저하게 세상과 스스로를 유린시켰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연이었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땅으로 복귀한 뒤 배씨는 불법체류자가 됐고 강제퇴거대상이 됐다. 배씨는 특별체류허가를 신청했고 결국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관의 취조과정에서 '위안부 전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배씨가 오키나와 위안소에 들어온 것은 1944년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훨씬 전부터 암울했다. 가족이 함께 살 수 없을 정도의 가난, 민며느리 생활, 수차례의 결혼, 굶주림, 식모살이 등으로 점철됐다.
생사를 오가는 삶의 고단함이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가 보지 않을래'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지' 등의 여자소개꾼 꼬드김에 넘어간 이유 중 하나다. 1943년 29세인 배씨는 '위안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위안부 생활을 건조하게 정리했다. 일본군의 통제 하에서 하루에 수십명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생활을 마치 일상처럼 소개했다. 위안부 생활과 전쟁터의 생존, 전후 삶을 연장하기 위한 기구한 삶은 증언이라기보다는 소설같이 멀게 느껴졌다.
그는 1991년에 일본 땅에서 눈을 감았다. 이 책은 87년에 처음 나온 후 94년에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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