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한국외국어대가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일 행적이 있는 설립자의 동상 교내 설치를 강행했다.
15일 한국외대와 이 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 학교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설립자 동원 김흥배 박사의 동상을 경기도 용인에 있는 글로벌캠퍼스 명수당 앞에 지난 1일 설치했다.
한국외대는 애초 지난 4월 서울캠퍼스에서 김 박사 동상 제막식을 열려 했으나 일부 동문과 학생들이 그의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동상 설치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동상 설치 예정지에서 농성을 하는 등 반발이 거세자 동상을 글로벌캠퍼스에 설치하려 했으나 글로벌캠퍼스 학생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1954년 한국외대를 설립한 김 박사는 교육 기반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군복 생산 공장을 차려 납품을 하고 일제 전쟁 지원 단체인 경성부총력연맹 이사를 역임하는 등 친일행각을 했다고 지적을 받는 인물이다.
김범 외대 총학생회장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가 학교본부조차 모르게 지난 1일 새벽에 동상을 몰래 설치했다"며 "작업을 끝낸 뒤 학교 직원들을 깨워 동상이 설치됐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친일 행적 논란보다 대학을 세운 업적이 더 크다"며 "번 돈을 다른 곳에 쓴 것이 아니라 학교에 모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조국인 외대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설치 반대를 요구해왔는데 설치를 강행한 만큼 학교법인을 만나 동상 철거를 정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8/15 22: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