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저녁 미국 연방의회 인근 한 호텔 만찬장에서 ‘성조기여 영원하라’에 이어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 7주년을 맞아 각지에서 상경한 250여명의 재미 한인들이 주최한 행사다. 위안부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한국계 미국인들이 미국 내 정치력을 신장하기 위해 뭉칠 수 있는 일종의 공통분모였다.
적은 수이지만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이 왔기 때문인지 평소 만나기 어려운 연방의원이 11명이나 얼굴을 비쳤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뉴저지)은 “미국 역사에 유일한 죄가 있다면 노예제인데,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일본에도 자신의 역사에서 죄라고 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를 있는 그대로 직면한 뒤에야 비로소 스스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원 외교위원장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는 “일본에 갔을 때 ‘역사는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7년 전 위안부 결의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 문서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강제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보면서 진절머리가 났다”며 “당시 성노예였던 모든 여성들이 강요를 당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주민들에게 별도로 인사한 뒤 총총 사라졌다. 의원들이 자리를 뜨자 행사장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바뀌어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안호영 주미대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행사가 끝날 무렵 사람들은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행사는 뉴욕시민참여센터 등 풀뿌리 한인단체들이 매년 봄 유태계 미국인 1만~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유태계 로비단체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형식을 본떠 시도한 것이다. 앞서 이날 낮 각지에서 온 한인들은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조별로 흩어져 의원실을 방문, 한국에 전문직비자 쿼터 1만5000개를 할당하는 법안 통과 청원서 등을 전달하며 로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