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3일 수요일 오후 2시, 1136차 수요시위가 끝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절묘하게도 수요시위 중에는 전혀 내리지 않은 비. 참으로 기특하였습니다.
1000여명의 함성을 가슴에 담고 [희망승합차]를 탔습니다. 승합차 안에서 길원옥 할머니와 오늘 수요시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는 "오늘은 힘 많이 얻어서 좋은 수요일"이라며 웃으십니다. 할머니의 웃음을 보며 우리도 위로를 받습니다. 할머니를 쉼터까지 모셔드리고, 우리 실무자들은 박물관으로 향하고, 윤미향 대표는 창비북카페로 달렸습니다. 늘 수요일에는 기운을 수요시위에서 온전히 바치느라 오후가 되면 기운이 많이 빠져있는 상태로 헉헉대며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오후 3시, 윤미향 대표는 창비북카페에서 만난 강원도 인제중학생들의 밝은 에너지를 만난 순간, 기운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인제의 인제중학교, 신남중학교, 원통중학교,기린중학교, 서화중학교, 상남중학교 학생들 50여명과 선생님들이 22일부터 2박 3일, 독서캠프의 하나로 수요시위도 참석하고, 또 [20년간의 수요일] 저자와의 이야기 시간으로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학생들마다 20년간의 수요일 책을 구입해서 한사람 한사람 사인을 요청하며 줄을 섰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왕이면 한사람 한사람과 대화를 하며 각각의 책에 못난 사인을 해줬습니다. 어떤 학생은 티셔츠에, 손수건에... 그렇게 사인을 하며 특별한 인연을 만들고 나니 묘한 선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비 희망으로 날다" 영상을 함께 보며, 할머니들의 목소리로, 할머니들의 모습으로 그 분들이 살았을 역사에 대해 탐구해 봅니다. "나에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ppt 자료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조금 더 깊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으로, 지금 세계 곳곳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친구들의 삶으로 들어가봅니다. 그리고, 평화를 만드는 길이 어떤 길인지, 일본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우리는 스스로 평화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

두 시간이 짧았나봅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더 많이 받았어야 했는데... 아이들의 얼굴에 희망이, 힘이 느껴졌다면 제 혼자의 생각일까요? 제겐 그렇게 보였습니다. 오늘, 평화로에서의 만남을 통해, 윤미향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그런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었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