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증언·퍼포먼스 등 다채롭고 풍성한 기념행사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난 2012년 7월 30일을 '한국 일본군 위안부의 날'(Korean Comfort Women Day)로 지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가 올해 3회째를 맞아 다채롭고 색다른 행사를 마련한다.
이번 행사는 글렌데일시 자매도시위원회가 기획·주관하고,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이정순)가 주최한다. 글렌데일시와 소녀상을 세우는 데 앞장선 가주한미포럼(대표 윤석원) 등이 후원한다.
이정순 회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2주 동안 전시회와 공연, 다양한 기념행사 등이 펼쳐지며 글렌데일 시민, LA 한인사회, 자매도시 순천시와 서울시 극단 등이 참여해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를 꾸민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외교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들도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문화행사로 기념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라면서 "특히 지난해 제2회 기념행사 때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자 일본계 주민이 철거 소송을 내 갈등이 불거졌는데, 가치관의 혼란을 겪은 글렌데일 시민에게 올바른 역사와 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지지를 얻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앞 시립공원의 소녀상은 해외에서는 처음 건립된 것.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동상과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
행사 첫날인 18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8월 3일까지 이어질 전시회에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으로 한국의 숨결을 표현한 홍순주 작가의 '결' 시리즈, 우리 안에 영원히 있는 위안부 소녀들을 표현한 윤형선 작가의 '꽃' 시리즈, 전통 조각보와 염색을 통해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선보이는 이승철 작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지난 1월 말 프랑스 앙굴렘시 앙굴렘 극장에서 열린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주목을 끈 일본군 위안부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도 만날 수 있다.
가주한미포럼은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해 인권 유린의 역사를 증언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이옥선·강일출 할머니는 24일 LA를 방문해 제7회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122) 채택 및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 1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또 27일 글렌데일 앨릭스 극장에서는 연극 '봉선화'가 상연되고, 순천시 아고라 예술단도 무대에 오른다. '봉선화'는 윤정모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원작으로 삼아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을 그렸다.
28일에는 중앙도서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세계적인 드로잉 작가로 인정받는 김정기 씨의 '역사 알리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동덕여대는 글렌데일시와 기부금 후원 및 행사 진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일찌감치 협력에 나서고 있다. 기부금은 일본군 위안부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소녀상 유지 보수 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올해 행사를 시작으로 중국, 서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번 행사는 100% 후원과 무료 공연으로 진행하는 만큼 본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렌데일시에는 아르메니아인이 절반 이상 살고 있어 99년 전의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기리기 위한 행사가 매년 시 차원에서 치러진다. 자매도시위원회는 올해 행사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의 날' 기념행사를 이 행사와 함께 글렌데일시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7/01 11: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