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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내낸 일본축구보다는 차라리 이란의 침대축구가 경쟁력이 있다. ⓒ 게티이미지 |
축구에는 각국의 정서가 묻어난다.
‘스케일 큰’ 미국과 호주는 강팀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는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파워 축구를 구사한다.
이밖에 스페인은 티키타카, 네덜란드는 토탈사커, 이란은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침대축구, 한국은 불가사의한 정신력과 작지만 강한 피지컬로 유명하다.
영국 언론은 이런 한국을 가리켜 리카온(들개)에 비유한 바 있다. “몰려다니면 정말 무섭다”며 “맹수들도 들개 무리를 보면 피하는 편이다. 태극전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승부 근성은 훌륭하다. 조직적인 공격방법도 잉글랜드보다 낫다”고 극찬했다.
‘침대축구’ 이란도 본질적으론 강인한 전사들이다. 피지컬은 아시아 최강이다. 웬만한 남유럽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런 이란이 ‘조직적인 협력수비’를 구사하면 정말 뚫기 어렵다.
22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0-1패)이 대표적인 예다. 이란은 침대축구만큼 지독한 이른바 ‘탠백’으로 90분 동안 아르헨티나와 비겼다. 단지 추가시간에 리오넬 메시를 한 번 놓쳤을 뿐이다.
혹자는 “지더라도 매너 있게 무너지자”고 말한다. 그러나 월드컵은 ‘축구전쟁’이다. 전쟁에서 매너 있게 전사하는 이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목적이다.
이란의 축구는 한 마디로 못생겼다. 그러나 못생기고 개성 강한 축구로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현명한 전략이다.
이란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지저분한 침대축구로 한국을 제치고 조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그리고 본선에선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박빙 양상을 이끌었다. 이란의 신성 레자 구차네자드(26·찰턴) 슈팅이 아르헨티나 골문 구석으로 파고들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반면,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신들만의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다. 일본축구의 ‘고질병’도 여기에 있다.
일본축구는 ‘특색’이 없다. 축구도 ‘모방의 역사’다. 일본축구의 별명은 ‘스페인 2중대’다.
일본축구는 스페인축구를 모방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부족하다. 또 모조품 색깔을 숨기려고 ‘치장 혹은 덧칠’한다. 불필요한 볼 트래핑과 횡패스의 연속이다. 축구는 삼각패스를 멋지게 소화한다고 1점을 주는 게 아니다.
축구의 승패는 골이다. 그런데 일본은 볼을 질질 끈다. 역습이 두려워 끊임없이 패스만 돌리다가 90분이 끝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10명의 그리스’를 상대로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패스만 했다.
일본은 500개가 넘는 패스를 했고 성공률은 90%다. 그리스는 200여개의 패스를 했고 성공률은 65%였다. 하지만 결과는 0-0이다. 관중은 ‘스페인 모조품’ 일본축구에 야유를 쏟아냈다.
도전적이고 직관적인 전술이 일본엔 없다. 닉네임은 사무라이 블루지만, 일본축구에서 사무라이 정신은 묻어나질 않는다. 스페인 티키타카는 오로지 스페인의 전유물이다. 수십 년간 공들여 만든 ‘특허상품’을 일본이 흉내내봐야 벤치마킹이 아닌 조잡한 모조품일 뿐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