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22 20:15
수정 : 2014.06.22 22:08
아베 신사참배 때와 다른 반응
“담화 계승 성명에 주목” 말만
일 자극 피하려는 눈치
미 언론들은 “일, 한국 화나게 해”
미국 정부는 일본이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고노 담화는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장을 기록했다”며 “우리는 아베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일본 측에 과거로부터 벗어나 주변국과 더 강한 관계를 수립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번 사안 및 다른 현안에 접근하라고 지속적으로 권유해왔으며 그것은 여전히 우리의 초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실망한다”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던 것에 견주면 매우 신중한 태도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검증 결과가 고노 담화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관심을 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검증 결과가 고노 담화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잇따른 질문에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아베 정부의 성명에 주목한다”고만 밝혔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보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본의 이번 검증을 고노 담화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면서 한-일 갈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이번 발표는 고노 담화의 역사적 정확성 여부가 아니라 고노 담화가 어떻게 작성됐는지를 들여다본 것”이라며 “그러나 사과의 문구가 한국과의 막후 협상의 산물이라는 보고서의 주요 결론은 이 사과가 확실한 증거에 기반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는 일본 보수파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도록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울러 “고노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한국을 화나게 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를 일본이 여전히 전시 행위에 대해 완전히 뉘우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여긴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베 정부가 올해 초 고노 담화 검증을 지시하고 곧이어 검증 결과에 상관없이 사과를 수정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어리둥절해 했다고 소개하면서, “전문가들은 이 검증이 아베 총리 지지층을 달래려는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검증 결과는 한-일 간 긴장을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또 고노 담화를 철회하라는 일본 내 보수파들의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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