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시간씩 1년 서있어도 자연상태의 4분의 1 수준”
아스콘-철슬래그 오염 추정… 연말까지 관련업체 전면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일대 도로의 ‘방사선 아스팔트’가 “지역 주민의 안전에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아스팔트가 어떤 경로를 통해 오염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못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8일 브리핑을 열고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두 차례에 걸친 현장 정밀조사를 결과를 발표하며, 월계2동 주택가 및 학교주변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은 0.51~0.69mSv(밀리시버트, 인체가 방사선을 받았을 때 영향 단위)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연간 방사선량은 성인 남성이 매일 1시간씩 1년간 머무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이번에 측정된 수치는 일반인이 땅, 음식물, 공기, 우주 등 자연으로부터 받는 국내 연간 방사선 평균선량인 3mSv의 6분의 1~4분의 1 수준이며, 원자력 안전법에서 정한 연간 선량한도인 1mSv에 못 미친다.
또 오염도로 인근 주택이나 상가 내에서의 연간 방사능 노출량은 각각 2.9μSv(1μSv=1/1000mSv), 0.86μSv로 나타나 8시간 가까이 1년 이상 노출되는 경우라도 건강상 영향이 없다고 위원회는 설명하고 있다.
성인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인만큼 아동에 대한 방사선 영향은 더 크지 않겠냐는 지적에 조건우 KINS 방사선규제부장은 “아동의 경우 세포가 자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방사선 에너지 전달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렇지만 이번에 검출된 방사선량은 어른이나 아동 모두에게 건강상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KINS가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감마선 분광계를 이용해 방사선 에너지를 측정한 결과 도로 포장 재료인 아스콘에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Cs-137)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계2동 학교주변 도로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나온 세슘 농도는 1.82~35.4 Bq/g(그램당 베크렐, 방사능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정도)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세슘을 방사성물질로 간주하는 농도는 10Bq/g으로, 이번에 철거된 수 백톤 분량의 폐아스팔트 중 일부는 이 기준에 따라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원자력위원회는 “기준을 초과한 폐아스팔트 부분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하겠지만, 그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부분의 경우는 자체처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전위 손재영 사무처장은 “아스팔트의 방사능 오염 발생처와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도로 포장에 사용되는 재활용 폐아스콘, 골재, 철 슬래그 등에 방사능 오염물질이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경로추적을 위해 서울시에 해당 지역 도로포장업체 등에 대한 자료 등 경로파악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연말까지 국내외 모든 정유사와 철강회사, 아스콘 제조업체 등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위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생활방사선 기술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생활 주변 방사능에 대한 신고와 대응을 총괄토록 할 방침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