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본 언론까지 일제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일본 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책임 모면이나 회피가 아닌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도쿄에서 박철원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 국회의 반응이 예상보다 강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기자들도 스가 장관과의 일문일답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질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미국 의회의 법안 통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의에 위안부 문제가 외교 문제가 되면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독려하는 내용이 들어간 세출법안 통과 사실을 이틀이 지나도록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의 이 같은 태도는 그만큼 미국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관련 법안 통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반증이라고 도쿄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외무성 고위 관료를 미국에 보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해명에 주력하다 보니 정작 위안부 관련 법안 통과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전문가들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 갈등의 현안으로 묶어놓은 채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모면하려 한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의 단호한 태도에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책임 모면이나 회피가 아닌 새로운 해결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것입니다.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이 방미 길에 오른 가운데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정치권을 설득할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