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담화 계승모임, 비밀보호법안 강행 아베정권 비판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후 68년간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였던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발전 시키는 모임'에 소속된 일본의 전직 언론인과 학자 등은 6일 도쿄의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아베 정권의 행보를 전후체제 탈피를 향한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모임의 이사장인 후지타 다카카게 시민헌법조사회 사무국장은 "68년전 끝난 태평양 전쟁의 실태가 아직 일본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특정비밀보호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양태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타 이사장은 또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는 야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 있는 법안을 '숫자의 힘(양원 공히 과반수 의석 보유)'으로 돌파하려는 아베 정권의 행보가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무라야마담화 계승·발전 모임 기자회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발전 시키는 모임'에 소속된 일본 지식인들은 6일 도쿄의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아베 정권의 행보를 전후체제 탈피를 향한 신호탄으로 간주하고 우려를 표했다. 2013.12.6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후지타 이사장은 이어 "무라야마 담화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와 전세계로부터 일본이 신뢰를 얻게 한 외교적 자산"이라며 "무라야마 담화에 손을 대면 일본은 전세계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국익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에서 기자생활을 한 언론인 나카무라 아키라씨는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성립되면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은 갈수록 알기 힘들어질 것 같다"며 "'니시야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니시야마 사건은 1972년 마이니치 신문 기자 니시야마 다키치가 오키나와(沖繩) 반환을 둘러싼 미일간 밀약의 존재를 보여주는 정보를 입수한 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역시 교도통신에서 기자생활을 한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同志社)대학교수는 "특정비밀보호법안 조문에 따르면 니시야마 씨의 특종과 같은 사안을 발설한 공무원은 최장 징역 10년에 처해지게 된다"며 "아베 총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외교협상 정보를 60년(특정비밀보호법안에 명시된 정부의 비밀유지 가능 기간) 동안 절대 새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알권리 침해' 특정비밀보호법안 철회하라"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6일 저녁 일본 도쿄 참의원(상원) 의원회관 앞에서 알권리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가 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12.6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또 모임의 공동대표인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 명예교수는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성립되면 법안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외교와 관련된 정보, 테러 및 특정 유해 활동(스파이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등을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을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법안은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해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지식인, 전직관료 등 16명으로 구성된 무라야마 담화 계승·발전 모임은 각종 강연회 등을 통해 일본의 일반 대중에게 과거사를 바로 인식시킴으로써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하며 발표한 담화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지난달 11일 발족했다.
(취재보조: 하타케야마 고즈에 통신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6 20: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