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4 03:08
-소급적용 늘려 부당공제 추적
직장인 20만명에 "토해내라… 1000억원 넘게 추징할 듯
-지자체도 징세 강도 높여
과태료 안낸 車 번호판 현장에서 바로 떼어내
철 지난 세금·과태료 폭탄에 "월급쟁이만 세금 더 내" 불만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회사 급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가 4년 전인 2009년치 연말정산을 과도하게 받은 사실을 관할 세무서가 적발해 추징에 들어간다는 연락이었다. A씨는 아버지를 부양가족으로 신고해 소득공제를 받아왔다. 그런데 세무서는 4년 전 A씨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땅을 팔아 양도소득을 올린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세금을 추가로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부양가족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 소득이 연간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A씨는 소득세에다 불성실신고 가산세까지 모두 55만원을 월급에서 떼였다. 그는 "아버지가 땅을 팔았다는 사실을 당시에 몰랐다"며 "4년이나 지나 세금을 추가로 떼어가는 것은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금융회사 임원 B씨는 지난달 난데없이 주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2009년 인천에서 불법 주차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전혀 기억이 없는 4년 전 일로 돈을 달라고 하니 황당했지만 해당 구청이 어지간히 살림이 쪼들리나 싶어 연체료까지 6만원을 군말 없이 냈다"며 혀를 찼다.
◇직장인 20만명 대상, 연말정산 부당 공제 추적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세청이 과거에 부당하게 소득공제를 많이 받은 사람들을 찾아내 '세금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 주 표적은 A씨처럼 수입이 있는 가족을 부양가족으로 신고하거나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만들어 공제를 부당하게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작년까지는 최대 3년 전 연말정산까지 추적했는데 올해부터는 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세금을 박박 긁어모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징세 강도를 높이다 보니 월급쟁이들만 세금을 더 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올해 1~10월 사이 전체 세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418억원 감소했지만 소득세는 반대로 9772억원 더 걷혔다. 1~10월 사이 법인세 수입이 작년보다 2조8992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자체도 미납 세금·과태료 추징에 열 올려
재정난에 시달리는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종 미납 지방세·과태료 추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올 들어 7월까지 지방세 징수액은 24조9387억원으로, 작년보다 3611억원 줄어 수입이 줄어들었다.
서울시의 경우 5월부터 과태료를 내지 않은 자동차의 번호판을 현장에서 바로 떼어내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단속 공무원은 도로에서 과태료를 내지 않은 자동차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번호판을 떼 압류한다. 서울시는 11월까지 1283대의 번호판을 떼냈고, 이들 차주(車主)로부터 7억38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아냈다. 서울시는 외국에 장기 체류 중인 체납자를 대상으로 미국 LA, 애틀랜타 등에 조사관을 보내 납부 계획서를 받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쥐어짠 결과 서울시는 올 상반기에만 체납 세금 1158억원을 징수해 역대 최고액의 체납 세금 징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철 지난 세금·과태료 폭탄을 맞은 시민들은 적잖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성실한 신고로 세금·과태료를 회피한 사람들을 적발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거짓말로 세금을 덜 내는 행위를 근절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오래전 일을 소급 적용하려면 가산세는 물리지 않는 식으로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