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 전파 볼모로 자사 이익 챙기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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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전파 볼모로 자사 이익 챙기는 지상파

[중앙일보] 입력 2013.12.06 01:46 / 수정 2013.12.06 01:52

정부, 방송정책 발표 돌연 연기 왜
정책비판 붕어빵 메인뉴스 공세
국민의 재산을 정부 압박 도구로
청와대 "뉴스 악용하는 현실 갑갑"

정부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 11월 14일 방송된 KBS, MBC, SBS의 메인 뉴스 캡처 화면. 지상파 3사는 이날 “정부의 UHD 정책은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날 3사의 보도는 제목은 물론 내용까지 흡사했다. 공공재인 전파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뉴스를 자사 이기주의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로 예정됐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정부는 ‘단순 연기’라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압박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종합계획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취소되면서 발표 시기가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획안을 주도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우리 부와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계획안에 의견이 일치했는데도 갑자기 발표가 연기돼 의아하다는 얘기가 많다”며 “석연치 않게 발표가 미뤄지면서 총리실이나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심만 자초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전방위 압력과 로비로 인해 발표가 연기된 게 아니냐는 뜻이다.

 공공재인 전파를 무료로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간 뉴스를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도구로 써왔다. 지상파 3사는 지난달 14일 정부가 공청회를 열어 계획안의 초안을 공개하자 메인 뉴스를 통해 정부안을 비난 했다. 당시 3사의 뉴스 제목은 ‘UHD TV 유료방송 중심 추진 논란’으로 같았고 방송시설을 갖추는 데만 6조원 이상이 드는 UHD(초고화질) 방송 지원을 지상파에만 집중하라고 주장했다. 또 지상파에만 허용돼 있는 8VSB 방식의 HD(고화질) 방송 송출을 모든 케이블 채널(PP)로 확대하는 건 ‘명백한 특혜’라는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펼쳤다. KBS와 SBS는 지상파 관련 이익단체 관계자의 인터뷰만 일방적으로 제시 했다. 인터뷰 내용과 배경, 편집 방식까지 똑같았다.


 지상파들은 지난달 14일 이후 KBS가 6회, MBC가 4회, SBS는 10회에 걸쳐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반복해 보도해 왔다. SBS는 지상파 관련 이익단체 인사를 대담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시켰다. 이에 더해 종합계획 발표가 임박한 지난 2일에는 3사가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4일에는 기자회견을 한 뒤 미래부를 항의방문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런 ‘실력 저지’ 직후 방송정책 발표는 연기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계획안 발표 전날 지상파 방송사의 최고위 관계자가 정부 고위 인사를 만났다는 소문까지 있다”며 “3개 부처에서 실무 합의가 끝난 상태에서 발표가 미뤄지다 보니 지상파의 이해관계가 무리하게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정 그룹의 이익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이준웅(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어느 한쪽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정부가 ‘떡 하나 주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뉴스를 악용해 대응하는 현실이 참 갑갑하다”며 “ 소통이 더 필요하지만 특정 진영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8VSB로 채널 축소’는 허구=미래부 관계자는 이날 “‘8VSB를 허용하면 군소 방송사가 퇴출될 것’이란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50여 개 채널을 보는 시청자는 8VSB가 허용되면 같은 요금으로 50여 개 채널 모두를 HD로 보게 된다”며 “중소채널 보호를 위해 8VSB에 반대한다는 식의 주장은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화·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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