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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06 17:08 수정 : 2013.11.06 17:21

기지촌정화대책 문건

유승희 의원 “국가가 성매매 용인·관리했다는 증거”

6일 국회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지촌 여성 정화대책’ 문건이 공개됐다.(사진참조) 당시 윤락행위방지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됐던 성매매를 국가에서 용인하고 관리했다는 증거이지만, 여성부는 실태파악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지촌 피해여성들은 국가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기지촌 여성 정화대책’은 1977년 4월 작성된 것으로 ‘정무2’에서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유승희 의원실은 “당시 청와대 정무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무실장의 결재를 거쳐 같은 해 5월2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는 당시 전국 62개소 기지촌에 9935명의 여성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문서는 △성병퇴치 △주변정돈 △생활용수 △기타 사항의 4개 항목으로 대책안을 마련했다. 당시 기지촌 여성들에게 문제였던 성병 대책과 기지촌 구역 재정리, 깨끗한 물의 공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타 사항에서 기지촌 여성들에게 전용 아파트 공급 계획을 밝힌 것이 눈에 띈다. 유 의원은 “이 계획은 뒤에 공창 논란으로 번지며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성매매 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정미 한양대 연구교수는 “기지촌 여성을 정부차원에서 관리했다는 문서 가운데 대통령 사인이 있는 문서는 흔치 않다. 사료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부는 이러한 기지촌 피해 여성에 대한 실태조사 요청을 받고도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이 “당시 성병에 걸린 기지촌 여성은 강제로 수용생활을 했다. 사실상 국가가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관리한 것이다”고 지적하자 조윤선 장관은 “해당 문건을 처음본다. 피해자 지원 차원에서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자료를 보고 전반적인 고증작업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유 의원은 “지난해 김금래 전 장관에게 같은 질의를 했고 조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1년 동안 아무런 조사가 되지 않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논란이 오고가자 김상희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난해 국감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진전이 없는 거 같다. 장관이 이 부분과 관련해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파악도 안돼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관 속에 기지촌 피해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날 기지촌 피해 여성 지원 단체인 새움터 신영숙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부가 미군을 상대로 사실상 위안부를 운영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사례와 증거들을 모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피해를 배상하라는 집단 소송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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