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대중음악계에 표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로이킴의 ‘봄봄봄’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하반기에는 아이유(IU)의 ‘분홍신’과 박지윤의 ‘미스테리’가 표절 논란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발표된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곡 ‘아가씨(I Got C)’까지 표절 논란에 가세함으로써 표절이 하반기 한국 대중음악계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무한도전과 프라이머리의 소속사 아메바컬처는 지난 11월 14일 목요일 낮 12시부터 음원서비스를 중단했고 CD 판매 역시 중단했다. 그에 앞서 논란의 중심에 선 프라이머리는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문에서 명확하게 표절을 인정하는 구절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아가씨’는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11월 15일 금요일에는 미국 빌보드 K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논란은 한 두 해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박진영, 이승철, 이효리, 지드래곤 등을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하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먼저 기술의 발전이 원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인터넷과 레코딩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해외의 곡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고 곡의 소스를 모방하는 일도 손쉽게 만들었다. 표절하는 일만 쉬워진 것이 아니다. 똑같은 이유로 표절을 찾아내기도 쉬워졌다. 해외의 음악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만큼 표절도 어려웠고 표절을 밝혀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다 쉬워졌다. 그래서 유사한 곡이 등장하면 표절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금세 인터넷을 통해 비교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대중의 감시가 확산되면 표절이 줄어들만도 한데 왜 이렇게 표절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에서는 표절 논란이 일더라도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내리려면 표절의 피해자인 상대편 창작자가 재판을 걸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재판을 걸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법원 판결이 나서 표절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음원 차트는 재판보다 빠르다. 일단 음원 차트에 오르면 경제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인기까지 얻을 수 있다. 그에 반해 표절을 하더라도 소송을 당하게 될지, 재판에서 표절 판정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표절 판정을 받더라도 모방범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표절로 인한 이익보다 미미하다. 원작자에 대한 약간의 배상만 하고 나면 얼마든지 다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논란의 와중에 조용히 원저작자와 합의해서 저작권자에 원저작자의 이름을 명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찌되었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장사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좀 더 고차원적이고 지적인 변명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령 샘플링이라거나, 오마쥬, 장르적 유사성, 레퍼런스라는 변명 말이다. 음악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별 문제 없고, 오히려 깊은 뜻이 있는 것인데 비전문가인 대중들이 한 두 마디의 유사성만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표절의 진위 여부나 근사한 변명 여부와 관계없이 더 이상 음악이 음악 전문가들만의 고유하고 비밀스러운 영역으로 남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전문성의 방패 뒤로 숨을 때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이러한 표절 논란과 표절 행위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한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코드와 멜로디, 구조를 놓고 표절인지 아닌지만 계속 왈가왈부해서는 표절 행위도, 표절 논란도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일단 표절 논란을 심의할 수 있는, 음악계 인사가 두루 참여한 상설적 심의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법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기구를 통해 표절 논란에 대해 최대한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당연히 표절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정의 역시 분명하게 합의되어야 한다. 또한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모방범이 감당해야 할 책임 역시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 해당 곡의 음원과 방송, 공연, 광고 등등으로 거둔 수익을 모두 내놓거나 배상해야 할 정도로 처벌이 강화되어야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창작자들과 대중들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참고하거나 영향 받은 음악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내놓은 수많은 음악들이 있는데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온전히 자신만의 창작곡을 만들기 위해 애쓰더라도 자신이 참고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해서는 솔직해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 창작에 대한 개념을 제고해야 할 시점일 수 있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수정해야 할 시점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 온전한 창작자 개인만의 새 음악을 요구하고, 창작자 개인의 양심에 호소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로 표절에 대한 논의가 더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고 대중음악계까지 제자리걸음만 해서야 되겠는가.
논란이 가열되자 무한도전과 프라이머리의 소속사 아메바컬처는 지난 11월 14일 목요일 낮 12시부터 음원서비스를 중단했고 CD 판매 역시 중단했다. 그에 앞서 논란의 중심에 선 프라이머리는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문에서 명확하게 표절을 인정하는 구절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아가씨’는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11월 15일 금요일에는 미국 빌보드 K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표절 논란은 한 두 해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박진영, 이승철, 이효리, 지드래곤 등을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하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 앨범 발표 직후 표절 논란이 일었던 로이킴, 아이유, 박지윤. 사진=Bugs | ||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렇게 대중의 감시가 확산되면 표절이 줄어들만도 한데 왜 이렇게 표절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에서는 표절 논란이 일더라도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내리려면 표절의 피해자인 상대편 창작자가 재판을 걸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재판을 걸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법원 판결이 나서 표절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음원 차트는 재판보다 빠르다. 일단 음원 차트에 오르면 경제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인기까지 얻을 수 있다. 그에 반해 표절을 하더라도 소송을 당하게 될지, 재판에서 표절 판정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표절 판정을 받더라도 모방범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표절로 인한 이익보다 미미하다. 원작자에 대한 약간의 배상만 하고 나면 얼마든지 다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논란의 와중에 조용히 원저작자와 합의해서 저작권자에 원저작자의 이름을 명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찌되었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장사인 것이다.
|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로고. 사진=MBC tshop | ||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이러한 표절 논란과 표절 행위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한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코드와 멜로디, 구조를 놓고 표절인지 아닌지만 계속 왈가왈부해서는 표절 행위도, 표절 논란도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일단 표절 논란을 심의할 수 있는, 음악계 인사가 두루 참여한 상설적 심의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법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기구를 통해 표절 논란에 대해 최대한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당연히 표절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정의 역시 분명하게 합의되어야 한다. 또한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모방범이 감당해야 할 책임 역시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 해당 곡의 음원과 방송, 공연, 광고 등등으로 거둔 수익을 모두 내놓거나 배상해야 할 정도로 처벌이 강화되어야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창작자들과 대중들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참고하거나 영향 받은 음악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내놓은 수많은 음악들이 있는데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온전히 자신만의 창작곡을 만들기 위해 애쓰더라도 자신이 참고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해서는 솔직해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 창작에 대한 개념을 제고해야 할 시점일 수 있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수정해야 할 시점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 온전한 창작자 개인만의 새 음악을 요구하고, 창작자 개인의 양심에 호소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로 표절에 대한 논의가 더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고 대중음악계까지 제자리걸음만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