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역사나 영토 문제를 다룰 땐 반드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반영하도록 검정기준을 확정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만 기술될 것이라고 한다. 독도(일본 이름 다케시마)도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기술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사실의 왜곡일뿐더러 역사교육과 연구를 통해 과거의 과오를 고쳐나가겠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역사인식에 대한 갈등으로 정상회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최악의 한-일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일이다.
1993년 8월4일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20개월에 걸친 방대한 자료조사와 관련자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간접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고노 장관은 담화에서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담화의 말미에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가겠다. 우리는 역사연구, 역사교육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동일한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새롭게 표명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제2차 집권을 전후해 고노 담화의 수정을 운운하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고노 담화의 계승을 약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1982년 8월에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관방장관은 문부성이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3·1운동을 ‘데모’와 ‘폭동’으로, 대한제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로 수정하도록 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한-일 간에 외교 마찰을 빚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수정하겠다는 ‘미야자와 담화’를 발표했다. 이런 담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해 11월부터 검정 지침으로 도입된 것이, 근현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국제이해의 시점에서 필요한 배려를 할 것이라는 ‘근린제국 조항’이다. 이 조항 또한 일본 우파들의 비판과 수정 요구 속에서도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 이견이 큰 역사 사안에 대해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반드시 기술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 ‘역사전쟁’을 도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약속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 자세론 주변국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설 |
[사설] 일본은 ‘역사전쟁’을 도발할 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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