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 유니폼, 국내에선 막을 수 있나?

日 전범기 유니폼, 국내에선 막을 수 있나?

[일간스포츠] 입력 2013.11.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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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대표팀의 새 유니폼을 두고 '욱일기 논란'이 뜨겁다.

아디다스 재팬은 12일 일본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공개했다. 가슴팍에 들어간 욱일기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일본축구협회(JFA) 엠블럼과 일장기를 중심에 놓고 11개의 햇살이 퍼져가는 모양이 전범기와 꼭 닮았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가슴 문양은 대표팀을 이룬 11명의 선수가 힘차게 뛰어 나가는 이미지"라고 해명했다. 일본 대표팀은 이 유니폼을 16일 벨기에와 친선경기부터 입을 계획이다.

일본 응원단이 관중석에서 전범기를 흔들고, 일본 대표팀 유니폼에 욱일기 문양을 은근슬쩍 끼워넣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정치인 "축구협회가 나서라"

국회에서는 일본이 한국 원정 경기를 할 때는 전범기 문양의 옷을 입지 못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지난 9월 전범기를 포함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휘장·옷 등을 국내에서 제작하거나 유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 의원 측 관계자는 13일 "빠르면 내년 2~4월이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에서는 일본 선수들도 전범기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제연맹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는 일을 정치인과 대한축구협회가 서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8월 '전범기 사용과 경기장 내 반입 금지를 위한 대응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13일 "당장 내일부터 열릴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이 안건이 언급될 것이다. 일본이 전범기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축구협회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축구협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협회가 공식 논평을 내놓을 만큼 큰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일본이 전범기를 형상화 했다고 발표한 것도 아니다. 유니폼 디자인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면 일본 측도 불쾌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제적 공감대가 관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57조에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은 금지된다'는 조항이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경기 도중 박종우(24·부산)가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었다가 징계를 받은 것도 이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욱일기는 명백한 정치적 상징물"이라고 주장해도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본의 욱일기 체조 유니폼을 문제삼았을 때도 IOC 관계자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욱일기가 일본의 침략을 상징하는깃발이 아니라 제2의 일본국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체육계에서는 "정치인들이나 정부에서 외교적으로 먼저 국제공감대를 얻어내야 체육인 차원의 항의도 효과를 본다"고 주장한다.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인 장재옥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욱일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입었다고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장 교수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卍 뒤집어 놓은 표식)는 정치적 상징이란 공감대가 있지만 욱일기는 그렇지 않다"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피해를 받은 주변국에 공감을 얻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