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규현 외교부 1차관(60)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해 정부의 공식입장을 설명하자 의원들은 소극적 대응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김 차관은 이날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고 행사를 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묻는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의 질문에 “유효하게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가 목표를 설정해도) 목표 달성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의원들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정부가 용인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김 차관이 일본이 전범국가인지 보통국가인지를 묻는 질문에 “일본은 유엔 헌장상 독일과 같이 전범국가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그렇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자 “외교부 차관이 일본 대변인이냐”(민주당 유기홍 의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의원들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정부가 미온적이라며 질책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과거사 인식에 대한 변화는커녕 기존의 사과 입장마저도 번복하려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영토 및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과거 역사 경험에서 비롯된 주변국들의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자위권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국민적 정서와 국제적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일본이 막무가내로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할 경우 정부로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국민적 정서는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표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국제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진 견해를 밝힘으로써 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냉엄한 국제적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