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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Nov 2013 12:23

“원하는 걸 얻으려면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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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얻으려면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중앙선데이] 입력 2010.10.24 03:39 / 수정 2010.10.24 03:39

‘동아시아 전략가’ 박태준과의 대화

‘전략적 인간형’은 포스코 명예회장인 박태준(83) 전 총리의 한 특성이다. 주어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박 전 총리는 알고 있다. 박 전 총리가 전쟁에서 생존에 성공하고, 산업에서 목표를 달성한 뒤 황혼에 국가의 흥망 조건을 설파하는 동아시아의 현인으로 인정받는 건 그가 일관되게 전략적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는 관찰, 의문, 생각, 공부, 예측, 준비, 설계, 경험, 속도, 우선순위, 신뢰, 국익 같은 말들이다.

기자는 12일부터 17일까지 난징(南京)~장쑤(江蘇)성 장자강(張家港)시~상하이(上海)를 차례로 방문한 박 전 총리를 동행 취재했다. 10차례에 걸쳐 15시간을 대화할 수 있었다. 포스코 창업자인 그는 삼성과 현대의 창업자에게 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이병철 회장은 회사를 볼 때 뭘 봐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시는 분이야. 한번은 포항제철을 구경하러 왔어요. 브리핑하는데 제일 먼저 재무구조를 보자고 하더군. 한참을 이리저리 따지더니 ‘박 사장, 이거 박 사장 회사네. 재무구조가 참 좋아’라고 해. 빚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거지. 정주영 회장은 현장부터 보자고 하더군. 하하. ‘박 회장, 배 철판 만드는 공장 어딨어.’ 그래서 제일 먼저 후판공장으로 안내했지. 난 사람을 이런 식으로 파악해.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이 뭔가, 이 사람이 중시하는 게 뭔가, 그런 거지.”

-총리(박태준)께서는 이 회장 같은 재무주의입니까, 정 회장 같은 현장주의입니까.
“나는 양쪽을 다 하지. 그러했기에 포항제철이 내부적으로 탄탄해지고 성장이 빨랐던 거야. 현장과 재무, 돈 벌려고 하는 모든 사람이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야.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지. 사람의 마음을 훔쳐야 돼.”

-마음을 훔치다니요.
“물건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고 나쁜 거지만 마음을 훔치는 건 좋은 거고 전략적인 겁니다. 포항제철 하면서 신일본제철의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1987년 작고) 회장이 많이 도와줬어요. 트인 사람이지. 103만t짜리 1차 고로를 성공한 뒤 그분을 만나러 갔어. 나는 그때 일본의 최신 유행가를 많이 외우고 다녔어요. 이나야마 회장이 자기 차에 나를 동승시키더니 유행가를 불러 보라는 거야(※이나야마 회장은 연령대가 박 전 총리의 아버지뻘이라고 함). 불렀더니 ‘잘했다’고 하면서 노트에 가사까지 적는다고 난리야. 그만큼 친했어. …그만큼 친해야 다 가져오지. 그런 전략을 쓰지 않고는 기술 도입이 안 돼. 그렇게 인간의 마음을 훔쳐와야 기술까지,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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