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식은 “무리하면 무리한 결과를 낳는다”는 말로 요약된다. 아베 총리가 말로만 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할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장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겨냥한 일련의 흐름 중 하나로 보고, 단호하되 침착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만 부각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을 냈지만,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도 보장돼 있을 뿐 아니라 미·일상호방위원조협정 등을 통해 미국이 50여 년 전부터 인정해 왔다는 얘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이와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을 이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 대신 정부는 일본이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그럴 듯한 논리를 앞세워 동중국해는 물론 남중국해까지 군사적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 깔린 노림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이 주변국들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선을 넘어올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오남석·민병기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