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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日을 주요 안보 파트너로 선택… 韓美 갈등 요소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지지키로 함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긴장에 대해 '일본 책임론'을 주장해 온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일본의 역사 인식과 행동이 동북아시아에서 중요하다는 내용의 '아시아 패러독스'를 주창(主唱)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소할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달 30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자꾸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미국은 헤이글 장관이 박 대통령을 만난 직후인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2+2(외교+국방 담당 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적극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일본의 헌법에 의해서 유보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공개적으로 지지키로 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이 미국의 승인하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첫발을 떼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셈이다. 청와대와 우리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 문제가 쟁점이 돼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충돌'이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심한 재정난과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부상(浮上)이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 줄 수 있는 나라로 일본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 ‘신(新)동북아 구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일본을 택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친중반일(親中反日) 성향의 정책을 추진 중인 것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 내각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과거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의 해결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대승적 관점에서 한·미·일 3각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한미 동맹 관계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돼왔다. 그러나 대일(對日) 관계에 대한 견해 차이로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크게 충돌할 경우 한·미 관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에 미국 변수가 끼어들어 새로운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를 강조해 오던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 아시아 패러독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북아 3국 협력 사무국’과 조선일보사가 공동 주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해 주창한 이론.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동북아시아가 한·중·일 3국 간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지만, ‘역사와 영토 갈등, 군비 경쟁, 핵위협, 신뢰 부족으로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하원 기자] 영문으로 이 기사 읽기 중문으로 이 기사 읽기 일문으로 이 기사 읽기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선일보 | 기사목록 전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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