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의 세상탐사] 일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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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 일본은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1.03.16 00:21 / 수정 2011.03.16 00:21
박보균
편집인
일본은 자극적이다. 일본의 자연 재난은 이질적이다. 쓰나미·지진·화산 폭발은 한국인에게 낯설다. 때문에 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방식은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위기 대처에 무기력하지 않으면서 침착하다. 줄 서기와 순번 지키기에 착실하다. 주유소·수퍼마켓의 새치기·끼어들기도 없다. 상점 약탈도 찾기 힘들다. 개인의 이기적 돌출도 없으며 이웃을 생각한다. 생사의 다툼 앞에서 그 같은 집단적 질서 의식은 경이롭다.

 국가적 슬픔의 무게는 엄청나다. 하지만 절망의 한복판에서 울부짖음이 없다. 흐느낌은 작고 슬픔을 삭인다. 일본 TV에서 유가족의 통곡을 찾을 수 없다. 시신(屍身)은 방영하지 않는다. 절규와 분통, 고함과 호들갑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긴다.

 일본 동부 대지진 직후다. 인천공항으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귀국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안도의 큰 울음소리를 낸다. 한국의 TV 뉴스 장면이다. 그 어머니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TV 카메라는 그런 모습을 찾아 찍기에 충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의 격조는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 취재 관행은 어설프고 초라해졌다.

 일본인의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메이와쿠(迷惑·미혹)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다. 탄식과 절규는 전염병처럼 전파된다.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을 야기한다. 때문에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한다. 감정의 전염병을 이웃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 세계는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인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의 국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자극제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을 분발시켰다. 소니, 도요타, 일본의 스포츠도 한국을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야구의 성취는 분발과 경쟁의 산물이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를 경영한다. 역사의 공동 연출자면서 주연이다. 그 역할의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면 거센 파란이 인다. 전쟁이 나고 비극적 역사가 전개된다.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병합이 그랬다. 독도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진정한 평화는 국력이 비슷할 때 유지된다. 이제 한국은 커졌고 성숙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발적 확산이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대중문화 개방은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때다. 그때 DJ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일본 의회에서 했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 양국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불행한 것은 40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6년(한·일 강제병합)간이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 걸친 교류와 협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 연설은 과감했다. 임진왜란과 병합을 빼면 ‘선린(善隣)의 1500년’이라는 인식은 신선했다. 한·일 관계를 어두움과 갈등에 맞추는 시선을 거부한 것이다. 그 대담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친선은 긴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 때 주민 탈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있다. 때문에 일본·중국 모두와 친해야 한다.

 남을 돕는 우리 진심을 실감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 국민적 투자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도록 격려해 주는 사이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 대지진 이후 양국 친선의 롤 모델이다.

박보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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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0wgk 2011-03-18 오전 10: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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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자의 인내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어제. 오늘의 기사내용은 일본에서 사재기가 시작되고 정부의 불신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어 표출되고 심지어는 줄서는데 새치기 급유한다고 칼까지 휘들렀다.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이틀만 참았어도 이런 기사는 낼 수 없었을텐데. 편집인으로서의 안목이 아쉽게 느껴질 뿐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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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nt 2011-03-17 오전 2:37:39
추천 7 반대 3신고
일본은 자극제다. 그러나 극복해야할 상대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국은 라이벌이고 한국은 자기들의 속국이라 생각해왔다. 신공황후가 신라를 정벌해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가공의 역사를 만들었고, 그 인식은 천삼백년이상 일본인의 대한관을 형성했다. 청일, 러일전쟁 모두 조선의 독립을 명분으로 삼았고 결국 자기들의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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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nt 2011-03-17 오전 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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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따라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뀐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일관계는 망원경을 통해 상대방을 보는 방향이 다르다. 한국은 일본은 너무 가깝게 보고, 일본은 멀리 본다. 한국 언론이 일본을 보는 방향을 오도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를 조금 알아주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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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nt 2011-03-17 오전 2: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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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지진은 불행한하고 안된일이다. 그러나 만일 대지진이 동경과 오사카에서 벌어져 정전이 되고 아비규환의 상황이 됐다면 어땠을까? 1923년 9월1일의 관동대지진 때 수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의 관민에 의해 비참하게 학살 당한 역사적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나이 많은 일본인들은 당시의 유언비어를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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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nt 2011-03-17 오전 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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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때마다 우리 대통령들은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먼저 주장했다 항상 뒤통수를 맏고 강경하게 항의한다. 일본은 적반하장격으로 정권이 인기가 없으니까 반일감정을 이용하려한다고 항변한다. 또 일본 천황이 한번 사죄했으면 됐지 왜 정권이 바뀔때 마다 사죄하라고 오히려 큰소릴 친다. 일본이 진정한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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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nt 2011-03-17 오전 2: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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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전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그런 감동적인? 연설을 했어도 고이즈미는 역사교과서 통과를 강행시켰고, 시마네현은 타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등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도 좋지만 서독과 같이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없인 한일관계는 역사문제와 독도라는 시한폭탄을 안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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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orpat 2011-03-17 오전 1:46:02
추천 6 반대 1신고
어느쪽이 우수하다 더 낫다 라고 비교하자는게 아닌 각각의 다양성과 장단점을 인정하면서 균형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하면 위의 기사나 댓글중 일부글들은 분명 열린자세가 아닌 스스로를 무조건 깍아내리는것이 중립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잘못된 편견속에서 균형을 잃은 모습이 아닌지 의문이 드네요. 마지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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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orpat 2011-03-17 오전 1:37:08
추천 4 반대 4신고
줄잘서고 통제에 잘따르는 모습의 근간에 그들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和문화의 영향이 크기에 때로는 폐쇄적이고 또한 폐를끼치지 말자는게 자신들의 영역내에서만 적용되는 모습도 많이 봐왔지만 어쨌든 그런모습들에도 배울점은있겠죠.반대로 우리에게도 위급한일이 닥치면 돕는 협동심과 우리에게 절실한 도움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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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orpat 2011-03-17 오전 1:26:36
추천 7 반대 1신고
게다가 어느나라에나 빛과 그림자가 있듯 일본에도 사재기열풍이나 약탈,자국내에서도 큰피해가없는 지역에서의 무관심,개인주의 일부네티즌들의 수준이하글들 등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이런 양쪽을 모두바라보는게 아닌 밝은쪽만을 무조건 확대하면서 오히려 우리스스로에게는 있지도 않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까지 비하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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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orpat 2011-03-17 오전 1:21:40
추천 6 반대 5신고
배울점이 있다면 배우고 칭찬할 부분은 칭한해야겠지만 밑에 일부 분들처럼 그들의 모습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혹은 그런모습에 수반되는 양면성등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고찰없이 무조건적으로 확대,찬양만 하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는 일어나지 않은 상황마저 가정해가면서 비하하는 모습엔 공감할 수 없네요. imf때의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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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oo Kim 2011-03-17 오전 1:17:32
추천 0 반대 2신고
[박보균의 세상탐사] 일본은 있다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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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2803 2011-03-17 오전 1:03:02
추천 7 반대 3신고
일본의 치가 떨릴정도의 메이와쿠,가케루나 정신, 이런 대재앙 앞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일본일들,, 문화적 충격이고 또 이 재양을 이겨내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충분히 공감갑니다. 그런데... 말그대로 문화적 충격일뿐이고, 우리와는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듭니다.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나 저급한 취재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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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주 2011-03-17 오전 1:00:02
추천 5 반대 0신고
일본인 100명중 50명밖에 사재기를 안했다 = 선진국 한국인 100명중 50명이나 사재기를 한다 = 후진국 답글 달기
scpnt 2011-03-17 오전 2:44:30신고
일본인의 양면성. 피해지역에서 질서 지키며 침착히 대응하는 것 감동적이고 배울점이 많다. 일본이 부러운 점은 국가와 사회가 재난대비를 철저히 준비한 시스템과 정부를 믿는 국민성이다. 그러나 지진발생 이후 동경에는 편의점과 수퍼에 물과 빵이 몇일째 동이났다. 안보이게 조용히 대규모의 사재기가 발생했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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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ahnn 2011-03-17 오전 12:24:55
추천 8 반대 0신고
기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한데... 기사를 읽으면서 어딜가도 큰소리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합니다. 혹시...한국, 즉 우리나라의 오랜 좋은 전통들을 최근의 기득권 인사들이 다 망쳐놓은 건 아닌지...기자님께서 이점을 관과하지 않기를,...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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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fantop 2011-03-17 오전 12:20:58
추천 10 반대 2신고
일본인들이 선진시민의식을 가지고 있고 한국인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이번 재난에 그들이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견해가 좀 다르다 실제로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할 뿐이지 도쿄근처의 유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재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약탈도 성행하고 있다 언제까지 한국은 일본에 대해 열등의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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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semi 2011-03-17 오전 12:20:23
추천 8 반대 6신고
같이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거다. 그럼 그 이웃의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그건 일제시대때 우리가 격었던 그대로다 가장 대표적인게 731 생체실험부대 << 이거다 즉 "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지 마라 " but "이웃이 아닌 자에게는 악마가 되어도 상관없다" 이것이 " 메이와쿠"의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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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semi 2011-03-17 오전 12:16:06
추천 9 반대 6신고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기자 땜에 로그인하네. 아니면 쪽빠리를 추종하는 언론이라서 그런건가 "메이와쿠" 이게 뭔지 알고나 쒸불이냐?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마라 그런데 그 " 이웃 " 이라는 것의 정의는 알고나 있냐? 봉건시대에 사무라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초들의 목을 쳐대니 자기 잘못으로 인해 다른사람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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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logs 2011-03-16 오후 11:34:41
추천 27 반대 2신고
말이 나온 김에, 공공장소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떠드는 몰상식한 무뢰배들, 길거리 아무데나 툭툭 내던지는 휴지,담배꽁초들, 길바닥에 뱉어 붙어버린 껌딱지는 왜그리도 많은가. 보행자를 가로막는 입간판들, 밤이되면 자기 종교만이 살길이다 외치는 수천,수만개의 빨간 십자가 네온사인들,보도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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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hLu 2011-03-16 오후 11:15:07
추천 17 반대 6신고
어느정도 공감간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유가족들이 울부짖음 오열 분노같은것 을 많이 비추는데 이런거는 더더욱 다른사람들까지 부정적인 생각만 들게된다 그럼 분노를 더 부추기는것 같다는 생각도든다 .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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