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쟁이나 명품에 대한 집착은 모두 남들 눈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로 한국인이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있음을 심리 실험과 뇌 연구로 확인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 강평원 연구원은 한국 여성 11명과 미국 여성 11명을 실험 대상으로 뽑았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44세이며 모두 중학생 자녀를 뒀다. 참가자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카드 게임을 했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결과가 좋다고 생각하면 저장하고, 나쁘다고 판단하면 취소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참가자 1인당 50회 실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남을 의식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게임이 끝날 때마다 상대적 손익도 알려줬다. 한 참가자가 4000원을 따고, 비교 대상이 8000원을 땄으면, 상대적 손익이 -4000원이라는 식이다. 상대적 손익은 실제 수익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남보다 덜 딴 게임에서도 수익 자체는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게임 취소 결정을 내릴 때 수익 자체만 따지는 정도는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4.7배 정도 높았다. 반면 상대적 손익에 영향을 받는 정도는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1.3배 정도 높았다. 미국인은 수익 자체만 따지고, 한국인은 주위를 의식하며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한국인의 비교 심리는 뇌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뇌 선조체를 fMRI(기능자기공명영상장치)로 촬영했다. 선조체는 칭찬, 만족 같은 보상 심리가 있을 때 작동하는 부위이다. 선조체가 상대적 손익에 반응하는 정도도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3.5배 정도 높았다. 김학진 교수는 "한국인이 남과 비교하는 데 더 예민하다는 사실이 뇌과학으로 입증됐다"며 "문화, 가치관 등의 후천적 요소가 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9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