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8일치에 함께 실려
한국 과학자가 논문 표절로 또 다시 국제 망신을 샀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는 8일치에서 “국제 학술지 <실험노인학>에 실린 1999년 논문 ‘미세중력과 초중력이 노화·장수에 끼치는 영향’이 한국 학술지의 논문에 거의 그대로 표절됐다”며 “노골적 표절”이라고 보도했다. 이 저널은 미국 연구팀이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를 써서 찾아낸 세계 과학논문들의 표절 실태를 전하면서, 국내 영문 학술지 <한국 생물과학 저널>에 실린 김학렬 전 고려대 교수(생물학·2005년 퇴임)의 2000년 논문을 대표적 표절 사례로 다뤘다. 원저자인 프랑스 과학자 에릭 르 부르는 “내 논문을 거의 그대로 따다 붙여넣기 한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저자 쪽에 이런 사실을 알렸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험노인학> 편집진은 ‘표절이 분명함을 확신한다’는 알림을 다음호에 실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수는 “당시 노화 관련 심포지엄을 주최하는 쪽이 곤충 분야에서도 논문을 내 구색을 맞춰달라고 통사정 해와 몇 편 논문들을 정리해 급하게 쓴 것”이라며 “심포지엄 주최 쪽을 도와주려던 게 이렇게 돼 후회 막급하다”고 말했다. 한 생명과학 교수는 “표절은 명백한 잘못”이라면서도 “이 소프트웨어 검색에서 더 심각한 표절 논문들도 많이 드러났고 중국·일본 등의 표절 논문들도 여럿 있는데 한국 논문을 대표 사례로 삼은 건 뭔가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게시판에는 ‘일본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고 한국 과학자가 표절을 했다는 기사가 하필 같은 날 <네이처> 뉴스로 올라 할 말이 없다’ ‘순수 한글판 학술지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면 단순번역판 논문들이 수없이 걸릴 것’이라는 둥 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편,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를 써서 찾아낸 비슷한 논문 초록 7만5천건을 ‘데자뷰’라는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으며 이곳에선 한국 과학자들도 여럿 검색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5년전‘대화’ 검사들“노 너무 몰아 붙였다” “MB 마음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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