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시현장&기획
[전시브리핑] 운보의 한국판 ‘최후의 만찬’… 갓 쓴 예수, 한복 입은 마리아
이혜원 기자  |  culture@unionpres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0-15 09:15: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는?”

열에 아홉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후의 만찬’을 그린 예술가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열두제자와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는 모습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중국화가 쩡판즈는 예수와 제자들에게 공산당 복을 입힌 최후의 만찬을 발표했고, 미국 팝아티스트 론 번스는 그림 속 인물을 모두 강아지로 바꿔 그려 신성모독 논란에 시달렸다. 여성 군상과 남성의 상반신 누드로 구성된 사진작가 브리짓 니더마의 ‘최후의 만찬’은 광고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전 세계 많은 예술가들이 ‘최후의 만찬’을 발표했지만 정작 한국판 최후의 만찬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1914~2001)의 ‘예수의 생애’ 시리즈로 수태고지부터 승천까지 총 30점의 연작으로 구성돼 있다.

   
▲ 운보 김기창, 최후의 만찬 (제공=서울미술관)

오는 17일(목)부터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예수와 귀먹은 양>展에서는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을 일반에 공개한다. 예수의 생애를 전통적인 한국화 방식으로 그린 작품으로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 도포에 갓을 쓴 예수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성록 미술평론가(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운보 성화 속의 예수는 서양인이 아닌 한국인이며 배경도 조선조 시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부분적으로 유럽의 도상을 차용한 흔적이 보이나 전반적으로 복식에서 배경까지 모두 토속적인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복을 입은 마리아는 창호지문과 백자가 있는 방에서 물레질을 하며, 예수의 수난 장면에서는 창을 든 포졸이 나타난다.

운보가 ‘예수의 생애’ 연작을 그린 것은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군산에 피난해 있던 1952년의 일이었다. 일제 치하, 한국전쟁 등 우리민족의 비극이 예수의 고난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던 운보는 ‘한국적 성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생전에 그는 “고통스런 생활을 화필로 달래며 어서 이 땅에서 전쟁이 끝나고 통일된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그의 예술적 성취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친일화가’라는 이름표도 여전히 따라 붙는다. 운보가 그린 삽화 ‘님의 부르심을 받고자’(1943), ‘총후병사’(1944) 등은 일제의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운보는 1993년 “일제말기 친일을 한 사실이 있으며 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운보 김기창 탄생 백주년 기념전 <예수와 귀먹은 양>
- 기간 : 2013년 10월 17일~2014년 1월 19일
- 장소 :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
- 전시작품 : ‘귀먹은 양’, ‘예수의 생애’, ‘운보 걸작선’, ‘운보의 동반자’ 등 

   
▲ 운보 김기창, 죄없는자가 먼저 돌로쳐라 (제공=서울미술관)
   
▲ 운보 김기창, 십자가에 못박힘 (제공=서울미술관)
   
▲ 운보 김기창, 수태고지 (제공=서울미술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unionpress.co.kr
<저작권자 © 유니온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혜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소셜댓글 라이브리 영역.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댓글을 작성하고 SNS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소셜로그인
    .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소셜댓글 라이브리 영역.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댓글을 작성하고 SNS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최근인기기사
1
[무비스케치] ‘친구2’ 유오성, 김우빈 폭풍 칭찬 “동년배 아닌 게 다행”
2
김민정 눈동자관리 “일주일에 2~3번 죽염으로 헹군다”
3
[전시브리핑] 운보의 한국판 ‘최후의 만찬’… 갓 쓴 예수, 한복 입은 마리아
4
‘상속자들’ 이민호-박신혜, 두근두근 ‘커피 데이트’ 현장 포착
5
선예 득녀 ‘딸 이름은 은유..캐나다 집에서 8시간만에 순산’
6
이영현, 다음달 결혼 “빅마마 시절 알게 된 1살 연하 신랑과”
7
차인표 동생 故차인석 씨, 구강암 투병 중 사망
8
윤후 분노, 짓궂은 윤민수에게 “장난 그만 해라” 상남자로 변신
9
‘감자별’ 여진구-하연수, 키스신 논란… 방송사 해명 “극적 장치일 뿐”
10
‘친구2’ 김광규 제작보고회 깜짝 등장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호통
주요뉴스
포토뉴스
영상뉴스
유니온프레스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유니온프레스(창간 1995.9.)  |  유니온프레스 업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496  |  등록일 : 2008년 1월 15일
(100-855)서울시 중구 장충동2가 186-210 파라다이스빌딩  |  대표전화 : 02-2263-1843~4  |  팩스 : 02-2263-2370
발행처 : (주)파라다이스티앤엘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02454  |  발행인 : 최종문  |  편집장 : 조승원
Copyright © 1995 유니온프레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union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