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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일본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에 안마시술소를 차리고 한국인 남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킨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나모 씨(36)를 구속 기소하고 종업원 6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나 씨가 7월 8일 일본 나리타에서 김해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가방에 몰래 숨겨온 602만 엔(약 6565만 원)을 압수하고 그동안의 부당 이득을 추정해 추징금 1억3000만 원을 부과했다. 나 씨는 2010년 3월 신주쿠에 남성 마사지 업소를 차렸다. 나 씨의 업소에서는 근육질의 한국 남성이 일본 남성 손님에게 마사지와 더불어 손으로 유사 성행위를 해 줬다. 합법적인 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이 업소의 변태 영업은 일본의 일부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근육질의 한국 남성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과 함께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적발된 남성 종업원들은 20, 30대로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목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일본으로 가 동성 성매매를 했다. 대부분 헬스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였다. 일부 남성은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동성애자가 아닌데 같은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매매 알선 총책으로 국내에서 게이바를 운영하기도 했던 나 씨는 한 국내 남성 동성애자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본에서 일할 남성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한국 남자는 현지에서 일본인보다 인기가 높아 월평균 수입이 50만∼60만 엔(약 545만∼655만 원)이고 월 100만 엔(약 109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도 많다”, “현지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마사지 업소라 단속 걱정 없다”, “비행기표와 숙식을 제공한다”며 한국 남성들을 현혹했다. “훈남 몸짱 큐트 피부미남 등 매력이 분명한 분을 우선 모집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나 씨는 처음엔 “마사지만 하면 된다”고 속여 남성들을 일본으로 오게 한 뒤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일부 남성은 일본에 간 지 이틀 만에 귀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목돈의 유혹에 넘어갔다. 나 씨는 이번에 적발된 마사지 업소 외에도 도쿄와 오사카에서 5∼9개의 현지 업소를 더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사업이 번창하자 한국으로 ‘역진출’해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올해 초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남성 마사지 업소를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 씨의 일본 업소에서 일했던 A 씨(34)는 본보 기자와 만나 “나 씨가 한국에 업소를 차린 건 종업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우리 국민이 일본에 비자 없이 연이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90일이고 1년 최대 체류 기간이 180일이라 종업원이 일본에 있지 못하는 기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한국에도 업소를 차렸다는 것이다. A 씨는 “나 씨는 종업원들을 유학생으로 가장시켜 일본에 오래 체류할 수 있는 학생비자를 발급받도록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 남성을 고용해 영업하는 일본 현지 마사지업소 홈페이지가 여러 개 확인됐다. 이번에 적발된 나 씨의 업소 말고도 한국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더 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사이트는 ‘한국식 마사지’를 내세우며 속옷만 입은 채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남성 사진을 걸어 뒀다. 일부 남성은 ‘한국 방송 출연 경험’ ‘한국 해병대 출신’ 등의 이력을 내걸었다. A 씨는 “이들 모두 유사성행위를 하는 업소”라고 주장했다.
조동주·최예나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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