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993년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의 고난을 기록한 서적이 출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93년 인도네시아 작가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1925~2006)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려 하자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당시 인도네시아 주재 공사가 인도네시아 당국자를 만났다.

다카스는 1993년 8월 20일 인도네시아 관계자와 만나 프라무댜의 위안부 관련 서적 출판 계획과 관련, "관련 서적이 인도네시아에서 발간될 경우 일·인도네시아 관계에 끼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도 "종군 위안부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1958~2011년 5조2000억엔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등 인도네시아 최대 경제지원국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사실상 출판 금지를 요청했다. 이는 수하르토 독재 정권의 출판 탄압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프라무댜의 저서는 수하르토 군사 정권이 무너진 후인 2001년 출판됐다.

일본에서는 2004년에 '일본군에게 버림받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프라무댜는 노벨상 후보로 꼽혔던 저명 작가로, 독재 정권하에서 투옥되는 등 탄압을 받았다.

다카스는 유엔(UN) 대사를 거쳐 2012년부터 유엔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4일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동남아 국가의 위안부 피해자 조사는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