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승합차 운전자 이모(49)씨는 경북 예천의 한 도로에서 급정거한 앞 승용차와 접촉 사고를 냈다. 우회전하려고 시속 8㎞로 속도를 줄여 범퍼가 앞차에 살짝 부딪힌 정도였다. 그러나 피해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그길로 병원에 드러누워 넉 달 동안 입원했다. 이들은 경미한 상해등급인 9등급 진단을 받았지만 "허리가 아파서 못 일어나겠다" "발이 저린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버텨 보험금만 총 2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사고 담당 보험사 관계자는 "피해자가 계속 우기면 제재할 방법이 없어 그렇게라도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지가 보험개발원 자료(이하 모두 2011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50.9%이며, 이 중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해 등급 1~7급 환자는 6%에 불과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던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입원 환자의 94%가 경상 환자인 점과 해외 사례 등을 비교분석하면 전체 교통사고 입원 환자 열에 여덟은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롱 입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5.2%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일반 환자보다 훨씬 높다. 굳이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상해 8~9등급 교통사고 환자 중 경추 염좌(목 삠)의 81.6%, 요추 염좌(허리 삠)의 74.2%가 입원했다. 반면, 건강보험 환자가 목이나 허리 삠 증상으로 입원한 비율은 각각 3%, 4.3%에 불과했다.

교통사고 처리에 경찰이 개입하지 않고, 일부 병원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진단서를 남발하며, 사고 해결은 보험사 직원이 떠맡는 '공권력 공백' 사태가 계속되면서 경미한 교통사고 피해자조차 로또에 당첨된 듯 횡재로 여기며 '드러눕고 보는 사회'가 되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상해 8등급 이하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을 현재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 1년에 1조원 이상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지적한다. 이 돈은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