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21 19:13
수정 : 2013.09.21 20:47
11월까지 ‘씨클라우드’서 프리마켓
대구에 건립 힘보태려 모금 나서
‘김화선 인권센터’ 위한 소셜펀딩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씨클라우드’에 특별한 장이 섰다. 씨클라우드는 전시, 공연, 독립영화 상영과 음반 판매 등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이날은 각종 생활소품과 먹을거리들이 진열됐다.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잔·그릇, 수제 악세사리·천연비누와 머리빗 등 작가들이 만든 일상 소품과 유기농 참다래잼·양파잼과 파인애플 커드, 간단한 식사 등이다. ‘금상첨화’라는 이름을 단 이날 ‘프리마켓’은 대구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후원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광복절을 맞아 열린 일회성 행사가 확대된 것이다. 이달부터 11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매달 셋째주 토요일 오후 1~6시까지 프리마켓, 이어 오후 6~10시까지 음악공연이 열린다. 행사를 기획한 문화기획자 고영철씨는 “기념일에 맞춘 행사도 좋지만, 평상시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기 행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 광복절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작품을 모티브로 패션·디자인 상품을 제작하는 ‘희움더클래식’의 제안으로 할머니들을 위한 전시·공연 프로젝트 ‘소녀의 꽃, 함께 피우다’를 주최했다.
이번 마켓·공연 수익금은 시민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대구 중구 서문로에 건립 중인 위안부 역사관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 역사관은 정부·지자체에서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해 올해 초부터 시민 모금으로만 건립 기금을 모으고 있다. 이날 연인과 함께 프리마켓을 찾은 서혜문(21·대학생)씨는 “최근 온라인에서 위안부 문제를 왜곡·비하하는 걸 보고 역사 왜곡이 심각하다고 느꼈는데, 데이트를 하면서 역사적 의미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들렀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용기(20)씨도 “위안부는 무거운 주제인데, 행사 장소나 성격이 다른 행사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유캔펀딩’(ucanfunding.com)에서는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김화선 할머니의 이름을 딴 인권센터 건립을 후원하는 모금이 이달 30일까지 3000만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김화선 할머니는 1941년 15살에 싱가포르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으며, 평생 모은 재산 6000만원을 나눔의집 부설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비로 기부했다. 나눔의집은 내년 착공할 센터 이름으로 ‘김화선 인권센터’를 함께 쓸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펀딩에는 이날까지 1217명이 참여해 1760만원가량을 모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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