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두규 교수의 國運風水(국운풍수)] 실상사 범종·남산 안중근의사 동상… 풍수로 日 제압하려는 노력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 2013/09/07 03:38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우리의 염장을 지르는 일이지만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야마구치 하기(萩)시에 있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묘와 신사를 참배했다. 요시다 쇼인은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이토 히로부미 등 조선을 병탄한 주역들의 직계 스승이다. 요시다 쇼인은 "조선을 빼앗은 후에 만주를 무찌르고 중국을 제압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지를 이어받는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라고 주창한 인물이다.

풍수의 핵심은 기(氣)이다. 풍수가 싸움이 된다면 기싸움이 된다. 그러한 기를 쟁탈하기 위한 싸움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조선 후기에 빈발했던 묘송(墓訟)의 대부분은 풍수에 근거한 기싸움이었다.

홍콩의 대표적인 두 건물 사이의 '총칼전쟁'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Bank of China Tower(중국은행타워)의 건물 모양이 칼(刀)과 같아 이에 기가 눌린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건물 옥상에 대포 모양 조각물을 설치하여 이에 대항케 하였다.

기죽이는 일은 국가 간에도 있어왔다. 지금까지 우리 땅 맥을 자른 가해자로 셋이 언급된다. '고려왕조가 제주도를 완전히 복속시키기 위해 중국인 풍수사 호종단(胡宗旦: 고려에 귀화하여 예종과 인종을 섬김)을 파견하여 맥을 자르게 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정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전국의 지맥을 자르게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전국에 쇠말뚝을 박았다.' 이 셋은 제주와 조선에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진압풍수 행위로 전해진다.

거꾸로 우리가 다른 나라를 풍수로 제압하고자 했던 흔적이 드물지만 한두 가지 보인다. 지리산 자락에 실상사란 절이 있다. 그곳에는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하고, 일본이 망하면 실상사가 흥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일본으로 흘러가는 지기를 차단하기 위해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있고, 범종에 새겨진 일본 지도를 연상케 하는 부분을 칠 때마다 일본 후지산이 한 방씩 얻어맞는다고 한다. 절의 입지가 비보·진압사찰의 흔적이 뚜렷하다. 이럴 경우 세속의 '잘나가는 절'들과 차이가 많다. 신도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곳이 아니다. 필자가 이곳을 답사한 지난 토요일(8월 31일) 오후에도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또 하나 일본 진압풍수 현장이 있다. 서울 남산자락에 자리한 숭의여자대학교 교정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세워져있다. 1959년 이곳에 세운 것인데, 1967년과 1973년에 각각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가 2010년에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본래 이곳은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지원하여 그들의 신을 제사했던 경성신사(京城神社)터였다(지금도 대학 본관 한쪽에 경성신사 옛 사진을 석판에 새겨서 역사의 현장임을 확인케 하고 있다). 경성신사의 흔적을 고증하고, 안 의사 동상을 원위치시킨 학교 측의 배려가 엿보인다.

안 의사 동상이 서있는 곳에서 일직선상으로 일제 통감부(현재 서울애니매이션센터)가 있었다. 1906년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통감으로 취임하던 곳이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는 안 의사에 의해 하얼빈에서 사살된다. 일본인들에게 이토 히로부미가 영웅이라면 안 의사는 우리의 영웅이다. 진압풍수가 효과를 보려면 구체적인 행동과 발언이 있어야 한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10월 26일을 기리어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곳 안 의사 동상을 찾아 참배한다면 일본 총리는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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