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욱하는 한국인… 순간을 못이긴 '홧김 살인·방화' 10년새 2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2013/02/13 03:16


"층간 소음 문제로 어떻게 살인까지 하느냐?"

설날 연휴 기간 층간 소음 분쟁으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른 범죄가 잇따르자 "그 정도 문제로 난폭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 사회가 참을성 없고 충동적인 사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처럼 '욱!' 하는 범죄는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경북 성주에서는 이번 설을 맞아 고향집을 방문한 아들이 어머니가 꾸짖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한 뒤 7시간여 만에 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일산경찰서는 12일 "피의자 장모(37·회사원·미혼)씨는 사건 전날 저녁을 먹던 중에 어머니 김모(61)씨가 '밥을 왜 그렇게 쩝쩝대며 먹느냐'며 핀잔해 다음 날 아침 우발적으로 어머니를 목 졸라 죽였다"고 밝혔다. 장씨는 어머니 살해 후 자신이 사는 경기도 파주 집으로 올라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3일 대전에서는 27세 남성이 같은 빌라에 사는 여성(23)이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에 격분해 그 여성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어린 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고 외모 때문에 취업도 못하고 있는데 외모를 무시하는 말에 갑자기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청 범죄 통계로는 순간 스트레스로 '우발적 살인'을 한 혐의자는 2000년(306명) 이후 해마다 늘면서 2010년에는 465명이 됐다. '우발적 방화'도 2000년 347명에서 2010년 583명으로 증가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범죄를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인 '간헐적 폭발성 장애'로 본다. 이는 화가 나는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분노를 폭발하고 공격적 행동을 하는 정신장애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 기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면서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예측하지 못한 채 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른다"며 "취업·결혼·가족관계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갈등 등이 잠재되어 있다가 순간의 화가 분노 발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6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 조사를 따르면 성인의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성인의 7.3%에서 평생 한 번 이상 발생한다. 성인의 3.9%에서는 최근 1년 동안 폭발성 분노가 발생했다. 대개 여자보다 남자에게 많고, 평소에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조울증이 있거나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가 있을 경우 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국내 병·의원에서 진단을 받은 충동 조절 장애 환자는 2007년 1660명에서 2011년에는 3015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개인 성향에 갈등이 심해진 사회 풍토가 결부되어 우발적 범죄가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항상 나만 옳고, 나를 위협하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여 바로 응징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결과"라며 "급격한 경제적 변화나 사회적 갈등 속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대화하려는 문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당장 결과를 보려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참고 타협하는 절차를 기다리지 못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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