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평생 같은 길을 걸을 친구인 도반이 중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는 이웃 나라와의 외교관계가 소중하다. 독도문제, 위안부문제가 전혀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말 지리적,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한일 양국의 미래는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비단 정치적으로 일본인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가는 것뿐만은 아닌 듯해서 더욱 안타깝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일본 8개 현의 수산물이 전면 금지되는 등 일본의 농수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불신을 담은 의혹도 나날이 SNS와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올해 5월 2일 자 아사히(朝日)신문이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헌법 96조 개정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지만, 찬성은 38%에 그쳤다. 또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파병을 골자로 하는 법률을 추진하던 8월 25일, 아사히(朝日) 신문조사에 따르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지지자는 39%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여론 조사 결과 일본국민의 63.1%가 한국이 독도를 계속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불편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역사 왜곡으로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우려에도 야스쿠니신사참배를 강행한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승리로 일면 보인다. 아베 일본 총리 재임 기간 평화헌법 개헌과 재무장을 강행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그리고 얼마 전 도쿄가 다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최근 프랑스의 한 주간지는 만평을 통해 일본 총리까지 나서 방사능 위험이 없다고 허풍을 치며 올림픽을 유치한 것을 비웃었다. 세계가 일본의 우경화를 부담스러워 하며 역사 왜곡과 주변국과 영토분쟁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에도 종전 50주년 기념일(1995년 8월 15일)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줬으며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 무라야마 총리와 같은 양심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로 일본의 재무장과 평화헌법 개헌은 막을 수 없다. 역사적인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은 다시 한 번 그와 똑같은 과정을 밟게 된다. 일부 예언가들은 지진, 해일, 방사능, 화산폭발, 그리고 전쟁과 패망까지의 일련의 재앙이 모두 끝난 후에야 일본은 각성하고 반성과 참회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다면 우리는 반세기 지나지 않아 끝날 이 대사건의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일본에 대한 식민지지배가 아닌 평화적인 질서유지를 위해 같은 국민으로서 이주 배경을 가진 다문화가족들 보듬어 안을 듯 일본인들을 도와야 할 날도 올 수 있다.
- 【서울=뉴시스】후쿠시마 훌라걸 2013-09-13
한일관계가 아무리 경색돼도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원장 하태윤)은 매년 한일 중고생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도쿄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연수와 세미나 등을 하며 청소년들의 국제적 안목 배양을 통한 글로벌 인재 육성과 한일교육 교류증진 및 상호 이해를 통한 협력기반 구축한다. 담당자 구양주학예연구사는 “한일관계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런 프로그램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미래지향적으로 말한다. 주한 일본문화원에 근무하다 일본 외무성으로 복귀한 다카라다 토시야 서기관은 얼마 전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낳았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속담대로 양국이 이런 친구 관계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우리 강원도 평창이 올림픽개최지로 결정됐을 때 이를 축하해준 일본 아키타 지역의 수많은 현수막에 보답하듯 주일한국문화원(원장 심동섭)은 이웃국가로서 축하해줘야 할 일인 일본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 진심으로 축하했다.
나날이 정치적으로 경색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대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문화 친선교류를 계속 해야 한다. 토지측량 문제로 남편이 이웃 주인과 싸운다고 해서 이웃하는 두 집의 아내와 아이들은 친하게 지내야만 그래도 오해를 풀고 함께 살아갈 미래가 있다. 어차피 일본이 침몰하지 않는 한 이웃에 살아야 할 운명을 지닌 한국과 일본 양국은 ‘즐거운 축제, 즐거운 만남, 즐기는 우리’가 돼야 한다. 일본을 가기가 싫어 갈 수 없거나 가기가 힘들다면 9월 15일 오전 10시 50분부터 저녁 7시 40분 사이에 COEX 전시장(B홀)로 가라. 한일축제 한마당 2013 운영위원회(田中将志 위원장)가 주최하는 ‘한일축제 한마당 2013 in Seoul’에서 여러분은 양국의 친선대사로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galm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