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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배극인]일본 아마, 제주 해녀

기사입력 2013-09-09 03:00:00 기사수정 2013-09-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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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 도쿄 특파원
일본에서는 요즘 ‘아마(海女·해녀)’ 열풍이 거세다. 촉매제는 4월부터 방영된 NHK 아침드라마 ‘아마짱’이다. 도쿄(東京)에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여고생이 어머니의 고향인 일본 동북부 이와테(巖手) 현의 어촌 마을에서 외할머니의 뒤를 이어 아마가 된다는 내용이다. 아마짱은 우연한 기회에 전국구 아이돌 스타로 발돋움하지만 3·11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자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부활의 아이콘이 된다. 매회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촬영지인 이와테 현 구지(久慈) 시에는 관광객이 넘치고 아마가 되겠다는 20대 여성도 생겨났다. 아마짱이 동일본 대지진 최대 피해지인 이와테 현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일본 해녀의 원래 메카는 동북부 지방이 아니라 미에(三重) 현 도바(鳥羽) 시와 시마(志摩) 시다. 일본 전역의 해녀 2174명 중 절반이 이 지역에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쇠락해 가는 지역 재생을 위해 해녀 문화 부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5, 6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 상주하는 외신기자 10여 명을 초청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부였다.

해녀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처음 보는 해녀들의 ‘물질’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기자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기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수중 카메라를 들고 함께 물속으로 뛰어드는 기자도 있었다.

해녀들이 조업을 끝내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쉬는 ‘아마 고야(小屋·한국의 ‘불턱’)’에서는 해녀가 된 이유와 생활에 대한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해녀 문화를 이용한 지역 마케팅도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해녀들의 안녕을 비는 ‘이시가미(石神)상’으로 불리는 신사에는 일본 전국에서 찾아온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여성의 소원이라면 한 가지를 반드시 들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별 표시와 격자무늬를 새긴 해녀들의 부적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번 외신 기자 초청 행사는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홍보 전략 성격도 있다. 사라져 가는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는 제주 해녀 측의 제안(2007년)에 호응해 공동 작전에 나선 것이다. “해녀들은 태곳적 생존 기술을 그대로 몸에 간직하고 있다”는 이시하라 요시카타(石原義剛) 바다박물관장의 설명에 외신 기자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시하라 관장은 일본 해녀들이 입는 하얀 무명옷은 1900년대 제주 해녀에게 배운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전까지는 상반신을 드러낸 채 물질을 했다는 것이다.

한일 해녀가 손을 잡고 나선 것은 명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956년 1만7611명이던 일본 해녀는 2010년 2174명으로 8분의 1로 급감했다. 그나마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젊은 여성이 기피하고 있는 데다 바다 오염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고가품인 전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한때 3만여 명이던 제주 해녀가 올해 4800여 명으로 급감했다.

1930년대에는 항일 운동을 펼쳤던 제주 해녀들이 일본 해녀와 연대하고 나서 격세지감이 있다. 문화유산 등재가 이뤄지면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한일 교류사의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해녀들은 벌써부터 서로의 축제에 축하 사절을 보내며 풀뿌리 교류를 돈독히 하고 있다. ‘해녀 교류’는 다면화한 한일 관계에 얼어붙은 외교 전선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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