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마다 가라앉고 있다. 주변국들에 자국민들의 이민 허가를 호소하지만, 호주와 피지는 거절하고 뉴질랜드만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했던 선진국이 자연 파괴의 주범이지만,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에 돌아갔다.
가난한 나라들을 괴롭히던 기후재난이 이제는 전 지구화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에 시달린 유럽은 물론, 미국도 강력한 기상 재해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일본은 토네이도성 돌풍까지 밀어닥치면서 갖가지 기상재해로 시달린다. 얼마 전에는 가고시마 현 사쿠라지마 화산이 영화처럼 폭발했다.
일본 열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일본 침몰'의 장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침몰'은 지진으로 인해 후지 산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일본 전역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참사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최근 일본 후지 산의 실제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일본 국토의 20%가 후쿠시마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는 루머마저 떠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어제 도호쿠와 도쿄 근해에서 규모 6.9의 강진까지 발생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바람을 이 같은 기후 재앙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주변국과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한국이나 중국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떠올리면 억측만은 아닌 듯하다.
머지않아 일본마저 주변국들에 자국민들의 이민 수용을 호소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구온난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기후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음을 깨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