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무성 차관을 보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등 일본 언론과 정부가 잇달아 반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고 일제의 전쟁 범죄를 부정해 이웃 국가를 도발해온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 출장 중이던 마쓰야마 마사지(松山政司) 외무성 차관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평화궁 건립 100주년' 행사장에서 반 총장을 직접 만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29일 지지(時事)통신이 전했다.

마쓰야마 차관은 사전 약속 없이 행사장에서 반 총장에게 다가가 해명을 요구했으며, 회의장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야마가 반 총장을 만난 것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 정치 지도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한·중·일 3국 사이에) 긴장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의 발언에 일본 각료들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들이 "출신 국가인 한국을 편드는 발언으로, 사무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것"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마쓰야마 차관은 반 총장이 "일본에 대해서만 지적한 것이 아니며 중립적인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발언의 진의가 밝혀진 듯하다.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