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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1(일)
<이 기사는 2013년 08월 10일자 신문 19면에 게재되었습니다.>
일본을 보면 이 단어가 생각난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늘 당대의 최강국들과 손잡고 힘을 길렀다. 16세기 세계 해상권을 장악했던 포르투갈, 에스파니아 상인들에게서 총포 기술을 배워 아시아에선 최초로 선진 무기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명(明)을 치기 위해 조선에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요구하며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19세기 중엽엔 최강국인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과 동맹을 맺었고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통치하던 프로이센을 모델로 삼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에 나섰다. 열강들의 지원으로 세력이 커지자 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전쟁을 벌이고 조선을 병합했다.
1941년엔 유럽 최강 독일, 이탈리아 등과 함께 추축국이 되어 하와이 진주만을 급습해 태평양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당랑거철 같은 무모한 게임이었다. 한때 동남아와 필리핀, 괌, 사이판, 과달카날 등 미국령 도서들을 점령하기도 했지만 원자탄 2방에 무조건 항복했다.
종전 후, 슈퍼 파워인 미국의 도움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1990년대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일제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미국을 점령했다. 1995년 4월, 환율이 달러당 79.75엔까지 내려가자 일본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거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달러당 79엔이 1, 2위를 바꾸는 분기점이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힘을 갖자 기고만장한 일본은 마각을 드러냈다. 정치인과 극우파들은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핵개발과 미·일 항복조약에 기초한 헌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는 방미 직전 자체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을 발사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보유국임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는 전후 처음으로 미국에 'No'라고 말했다. 야심만만한 일본은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은 이를 '2차 진주만 공격'이라 불렀다.
일본은 그러나 미국, 유대인이 지배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존재를 간과했다. 한 해 100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냈으나 금융에선 몇 달 만에 그 돈의 몇 배를 잃었다.
3년여간에 걸친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일본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본 은행들은 정크본드(투자등급 이하의 부실채권) 수준인 C, D등급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국가신용도 역시 멕시코, 아르헨티나와 동급으로 밀려났다. 그 후 20년 가까이 일본은 회생하지 못한 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은 힘을 가질 때마다 사악한 이무기처럼 주변국들에 민폐만 끼쳤고 항룡(亢龍)이 되어 승천하기 직전에 '조장'하다가 번번이 지상으로 추락하곤 했다. 편협하고 속좁은 '섬나라 근성(Insularity)'이 죄다.
미국도 두 번이나 자신의 뒤통수를 친 일본을 이제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오바마 정부는 동아시아 세력균형 정책에 있어 일본보다 한국의 비중을 높이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국이 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과거 일본이 그랬듯 세계 최강의 나라들과 손잡고 그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화룡점정하기 전까지는 '알묘조장'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영고성쇠(榮枯盛衰)란 말처럼 언젠가 미국도 쇠퇴하고 중국에 밀려 극동지역에서 떠날지 모른다. 그때까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열강 사이에서 완충지대나 중립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국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하나였던 나라와 민족이 남북으로 갈리고 좌익과 우익, 친일파와 민족주의자 등으로 사분오열된 비극적 현실이 구한말의 국력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각골명심해야 할 것이다.
kis@fnnews.com 강일선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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