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소연(21·고베 아이낙)이 <스포츠서울닷컴> 플레이그라운드 20호 표지를 장식했다. / 노시훈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ㅣ김용일 기자] 지소연(21·고베 아이낙)은 앳된 겉모습과 다르게 남다른 승부욕을 지닌 소녀였다. 1991년생 어린 나이에도 어느 덧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하는 '걸출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도 이같은 승부욕이 크게 작용했다. 나이 숫자와 관계없이 번뇌와 욕심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고뇌와 사색을 통해 꿈을 향해 가는 여정을 만들고 있다. 각자의 꿈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여자 축구의 소중한 자원들이 한 데 모여 거대한 꿈이 완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소연이 소속팀 고베 전지훈련에 참가하기 전 <스포츠서울닷컴> 사진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그라운드 위의 지소연이 아닌, 일상 속 지소연의 모습을 엿보고자 화보 인터뷰를 제의했다. 지소연은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아, 이런 건줄 몰랐는데…. 사람들이 엄청 놀리실 걸요?(웃음)".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지소연은 자연스레 사진기자의 요구에 자신감 있게 응했다. 21살, 한참 멋 부리고 화려함을 좇을 시기지만 그야말로 남다른 행보를 걷고 있기에 '축구'만 바라보고 산단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자신의 색다른 매력이 팬들에게 전달돼 여자 축구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만족한단다. '뻘뻘' 땀을 흘리며 촬영을 마친 그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자신의 축구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냈다. 그리고 지소연이 왜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스타로 발돋움 했는지,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3일 일본 여자축구 무대에서 첫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데뷔 첫 시즌 8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정규리그와 일왕배 제패를 이끌었다. 또한 2년 연속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스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본인은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아쉽다"며 두 번의 실패를 없다는 각오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또 다른 이정표를 다짐하고 있다.
| ▲ 일본 여자축구 데뷔 시즌을 성공리에 치른 지소연. 첫해 8골 6도움을 올리며 고베 아이낙의 정규리그, 일왕배 2관왕을 이끌었다. |
- 과거 예능 프로에도 곧잘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해서 쑥스럽다.(웃음) 화보 촬영은 영 어색하다. 축구 팬들이 어색하게 보실 것 같은데, 여자 축구에 작게나마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용기 있게 했다. 귀엽게 봐 달라.(웃음)
- 2년 연속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는데.
솔직히 2011년은 내가 수상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게 됐는데, 다른 선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더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2012년에는 한두 발 더 뛰겠다.
- 일본 여자축구 첫 시즌을 성공리에 마친 소감은?
관중들도 많고 경기 분위기도 좋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여자 월드컵 우승 후 얼마나 관중이 늘었나) 그 전에는 한국과 비슷했는데 월드컵 후 첫 경기에서 2만 명이 찾더니, 평균 1만 명을 유지하더라. 2010년 U-20 월드컵을 뛰는 기분이었다.
- 일본이 우리나라 여자축구와 가장 달랐던 부분은?
아무래도 인적 자원이다. 어디를 가도 여자 축구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남자 선수들하고 자연스레 훈련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어서 충격이었다.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데뷔 시즌 8골 6도움, 아무래도 공격 포인트가 민감한 포지션인데.
고베에선 공격수 보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다. (공격 포인트에) 욕심은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용병이고, 일본 리그여서 그런지 자국 선수들을 공격수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 팀에는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더 경쟁에 욕심이 난다.
- 일본 선수들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지.
편애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아무래도 자국 선수들을 더 키우려는 경향은 있다. 내가 용병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경기 중 교체에서도 항상 1순위였다. 확실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절대 밀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 ▲ 수줍은 표정의 지소연이지만, 승부근성 만큼은 유독 남다른 그였기에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나도 저 자리에 가고 싶고, 갈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일본 선수들을 인정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사와 언니는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15살 때부터 국가대표를 했을 만큼 경험도 풍부하고 정신력이 강하다. 운동장에 있으면 '정신적 지주'라는 것을 실감한다.
- 고베에서 친한 선수들은 누구인가?
사카이 유키와 다나카 아수나. 최근에는 셋이 한 방을 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한국은 여자 선수들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더라. 천 명 정도 있다고 하니 놀랐다. '그것 밖에 없는데 잘 하느냐'고. 그래서 '너네처럼 선수가 많으면 우리가 더 잘 한다'고 말했다.(웃음)
-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다보면 동료끼리 다투지 않나.
솔직히 싸운 적도 있다.(웃음) 한국 여자 선수들을 무시하면 단호하게 말하는 편이다. 나중에 동료들이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더라. 그럼 한동안 축구 이야기를 안 한다.(웃음) 아, 그런데 남자 축구는 자신(일본)들이 한 수 아래라고 말하더라. 지난 해 삿포로에서 일본이 3-0으로 이겼을 때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높게 평가한다.
- 동료들이 일본인 남자친구도 소개시켜주려 했다고?
한국 남자도 안 만나봤는데.(웃음) 거절했다. (사생활 이야기를 자주 하나) 동료 선수들 중 남자 친구를 사귀는 선수들이 있다. 사생활은 잘 밝히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친한 사람끼리 잘 말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더라. 일본 가기 전 이러한 부분에 조언을 들어서 처음에는 나도 잘 다가가지 않았다.
- 용병으로서 2년차 시즌의 목표는 무엇인가.
팀의 우승도 중요하지만, 2년차 시즌에는 득점왕을 목표로 하고 싶다. 1년차가 적응하는 시기였고 팀에 맞추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면 2년차에는 자신감을 갖고 좀 더 내 플레이를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
| ▲ 지소연은 남자 축구에서 이동국(전북 현대)의 골 결정력과 박지성(맨유)의 성실함과 활동 능력을 롤 모델로 삼는단다. |
◆장면 3. "日 선택 후회 없어…이동국·박지성은 롤 모델"
- '지소연 정도면 더 좋은 리그로 갈 수 있었는데'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미국에서 제의가 온 것은 맞다. 그러나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미국 여자 축구리그의 적지 않은 팀들이 해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불안정성을 띤 부분이 많아 고민이 컸다. 기회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기에 옛날부터 관심이 많았던 일본을 선택했다. 내 선택에 후회가 없고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 일본을 거쳐 진출하고 싶은 리그가 있다면.
가고 싶은 리그는 많다. 인프라가 뛰어난 독일이나 최근 부상하고 있는 프랑스가 눈길이 간다. (지난 해 아스널 여자팀과 친선 전에서 멋진 골로 터뜨렸는데) 경기 중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고 알았다.(웃음) 물론 잉글랜드 리그도 화려하고 좋다. 여자 EPL 무대에서 뛰는 것을 상상만 해도 좋다.(웃음)
- 우리 여자 축구 얘기를 해보자. 2010년이 도약의 해였다면 지난해는 180도 달랐는데.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것이지만 아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올해 올림픽에 못 나가서 억울하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다음 2015년 월드컵을 시작으로 꼭 국제대회에 모두 나가고 싶다. 이제 천천히 올라가자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 남자 선수들 중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면.
국내에서는 이동국과 박지성. 이동국 선수는 문전에서 골을 해결하는 능력에서 정말 존경해야할 대상이다. 박지성 선수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세계 최고의 클럽(맨유)에서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게 놀랍다. 현지 적응도 어려운 것인데, 정말 다르게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웃음)
- 외국 선수 중에서는 누구를 좋아하는가.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좋아한다. 리오넬 메시, 이니에스타 등. (지메시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메시가 기분 나빠할 것 같다.(웃음) 평소에 경기 영상을 자주 본다. 1월 고베 전지훈련을 스페인으로 가는데, 바르셀로나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어서 기대된다. 현지에서 여자 바르셀로나 팀과 친선전도 가질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어떠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이젠 지메시가 아닌 지소연으로 기억되고 싶다. 여자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항상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 화끈한 골 세리머니를 보여드리겠다. 지켜 봐 달라.
| ▲ 지소연의 진정성 있는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지소연은 인터뷰를 마치고 글쓴이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새 시즌 고베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여자 축구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골 세리머니'를 펼치겠노라고. 이처럼 인터뷰 중간 중간 가벼운 이야기를 할 때와 달리 여자축구, 승부로 좁혀지는 이야기의 굴레에선 냉혹한 승부사적 기질이 드러났다. 어찌 보면 갓 21살의 선수에게 너무 큰 짐을 떠안게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할 정도로 그의 책임감은 컸다. 그러나 우리가 지소연을 믿을 수 있는 것은 모두의 바람을 자신이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본 여자축구에서 2년차 시즌을 넘어 앞으로의 우리 여자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갈 그의 진정성 있는 마음에서 또 하나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SS기획] 지소연, 꿈 같던 母와 제주여행 "진작에 할 걸…"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노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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