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
최고령 김복득 할머니 출연 학생들 손잡고 "고맙다"
(김해=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소녀들은 아직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고 부둥켜안아야 합니다. 우리의 과거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16일 경남 김해문화의 전당 누리홀.
김해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이날 무대에 올린 창작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의 마지막 부분에서 관객에 전한 메시지다.
김해지역연합 방과 후 학교 뮤지컬반이 공연한 이 뮤지컬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았다.
생존하는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96·경남 통영시) 할머니의 자서전 '나를 잊지 마세요'를 토대로 했다.
뮤지컬은 병원 침대에서 쓸쓸히 혼자 누운 한 위안부 할머니가 아직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안 갈 겁니다. 나는 여기서 살 겁니다. 살려주세요. 나리…"라며 의사와 간호사의 손을 잡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에 '순이' 등 10대 소녀들은 시골에서 천진난만한 꿈을 간직한 채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평화롭게 산다. 하지만 나라를 잃은 탓에 일본군의 강압에 못 이겨 전쟁터에 내몰리면서 소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 일본군에 끌려가는 소녀들
- (김해=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16일 경남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김해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를 공연하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소녀들이 끌려 가는 장면이다. 2013.7.16 <<지방기사 참고>> ymkim@yna.co.kr
일본의 패배로 오랜 악몽 같은 생활로 피폐한 몸이 돼 고국에 왔지만 반겨 주는 이 없어 또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다 병이 들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전쟁이 끝난 지 68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청춘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그때의 악몽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실제 위안부의 고통을 담은 당시 영상도 무대 배경으로 곁들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뮤지컬을 40여 분간 춤과 노래 등으로 공연했다.
- 뮤지컬 학생 배우들과 만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 (김해=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16일 경남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김해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를 공연했다. 공연하기 전 뮤지컬 학생 배우들이 위안부 피해 김복득 할머니를 만나고 있다. 김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위안부 역사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는 말을 했다. 2013.7.16 <<지방기사 참고>> ymkim@yna.co.kr
관객들도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 일본의 만행에 분노했다.
김 할머니는 공연하기 전 대기실에서 뮤지컬 학생 배우들을 만나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데 어린 학생들이 따뜻한 관심을 줘 고맙다"고 학생들의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죽기 전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바랄 뿐이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는 순이와 준혁 역을 맡은 학생 배우들을 안아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평일 방과 후나 주말에 내동중학교 음악실에서 김해 내동중학교 김문희(35·여) 음악교사의 지도로 뮤지컬에 푹 빠져 땀을 흘렸다.
- 눈물 흘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 (김해=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16일 경남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김해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를 공연했다. 공연장에 온 위안부 피해 김복득 할머니가 지난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3.7.16 <<지방기사 참고>> ymkim@yna.co.kr
김 교사는 대본을 쓰려고 위안부 역사책 20여 권을 읽고 관련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순이 역을 맡은 김민경(17·김해 가야고 2년)양은 "뮤지컬을 연습하면서 고생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많이 흘렸다"면서 "일본에 의해 왜곡된 위안부 역사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김 교사는 "김복득 할머니를 이전에 인터뷰하면서 '공부하고 싶다', '시집가고 싶다'는 2가지 소원이 있었다고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역사 바로 알기의 하나로 위안부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것 같아 뮤지컬을 택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6 18:07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