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위안부 만행 알리려 다시 미국 찾아간 이옥선 할머니
뉴욕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재회… 생생한 증언에 美대학생들 “놀랍다”11일 미국 뉴욕 시 퀸스커뮤니티칼리지 쿠퍼버그 홀로 코스트센터를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앞줄 가운데)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할머니를 만난뒤 행사 참여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2011년 12월 미국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에 세워진 해외 첫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찾아 묵묵히 눈물만을 흘려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던 이옥선 할머니(87). 그가 1년 반 만에 다시 뉴욕과 뉴저지를 찾았다. 고령으로 10시간이 넘는 비행기 탑승도 힘들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본보 2011년 12월 17일자 A6면 참조… “한국도 못한걸…” 美 위안부 추모비 앞 떠나지 못한 할머니들
11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시 퀸스커뮤니티칼리지 쿠퍼버그 홀로코스트센터를 찾은 그는 당시 함께 회견에 나섰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할머니와 재회의 포옹을 나눴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반성 없는 행태에 분노한다”며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힘껏 짜내 얘기했다. 자리에 함께한 찰스 래빈, 론 김 뉴욕 주 하원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현지 지역 화가들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미술 전시회가 함께 열려 특별한 손님도 눈에 띄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시민참여센터가 지난해부터 한국 등의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개설한 ‘동북아 역사정의 인턴십’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이 할머니의 증언에 적잖이 놀라는 듯했다.
“위안소에 가 보니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도살장 같았다. 어린 소녀들에게 돼지 풀과 사료를 주며 연명하도록 했고 죽음의 고비도 수차례 넘겨야 했다. 일본군이 강제로 나를 끌고 갔는데 일본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할머니가 1942년 16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에서 광복되던 해까지 겪었던 일들을 생생히 전하자 대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할머니는 피곤함도 잊은 채 하나 하나 답했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5일 기림비를 다시 방문한 뒤 17일에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연방 하원 통과 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