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업계 세계 2위의 신닛테쓰스주킨(新日鉄住金)과 5위인 한국 포스코가 첨단기술 도용을 놓고 사법의 장에서 격돌했다. ‘엄연한 증거’를 무기로 내세우는 신닛테쓰스주킨이 “산업스파이 행위를 상세하고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할 경우 포스코도 “맞서겠다”고 전면적으로 투쟁할 방침이다. 중국 및 한국으로 기술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고민해오던 일본 산업계도 실태 해명을 위한 법정투쟁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부자연스러움
“도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포스코 측에 대해 신닛테쓰스주킨이 증거로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 자사로부터 포스코 측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기술정보를 기록한 5가지 자료다.
게다가 이 자료는 포스코 내에서 전직 한국인 사원에 의해 중국 바오산강철(宝山鋼鉄)로 50억 원(약 3억 6천만 엔)에 전매된 사실이 알려져 있다. 전직 사원은 지난 2008년, 한국에서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고 한국 언론에 ‘매국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재판에서는 5가지의 자료 제목이 일본어로 표기됐으며 구 신닛폰테쓰(旧 新日鉄)가 작성한 것과 같은 것이라는 점이 판명됐다. 신닛테쓰스주킨은 “매우 이상하다. 포스코가 갖고 있는 자료는 (구 신닛테쓰로부터) 유출됐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줄다리기
신닛테쓰스주킨은 지난 198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구 신닛테쓰를 퇴직한 전직 일본인 사원들 4명이 퇴직 후 포스코와 접촉해 자료를 팔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중심적인 역할을 한 전직 부장급 사원에게는 800억 원의 손해배상도 요구 중이나 포스코는 “누구와 누가 접촉했다는 것인지 날짜를 포함해 거의 확실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신닛테쓰스주킨은 “보수 금액 및 접촉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이미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져 있다. 적절한 시기가 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송장에는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 기재했고 유력한 증거는 소송 전개에 따라 조금씩 제출해 공세해 나갈 방침이다.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를 무대로 벌어진 이번 소송에서는 신닛테쓰스주킨 측 대리인이 “니시무라 아사히(西村あさひ) 법률사무소, 포스코 측이 ‘아베(阿部)•이쿠보(井窪)•가타야마(片山) 법률사무소와 함께 소송에 나섰는데 양쪽 모두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 강한 법률사무소에 속한다.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줄다리기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좋은 기회
산업스파이가 횡행해 경쟁력 상실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제까지 일본 기업은 “증거가 입수되지 않는다”(전기 관련 제조업체)는 이유로 정보유출이 의심되는 사례를 앞에 두고도 참고 넘어가거나 애매한 화해를 해야 했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7월, 기업정보 유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회사 약 1만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9월 말까지 약 2,900개사로부터 회답이 있었으며 대형제조업체 중 약 5%가“명백한 기술 관련 정보 누출로 보이는 사례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신닛테쓰스주킨 간부는 “일본 기업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소송이다. 절대로 질 수 없다. 일본에서의 산업스파이 행위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무모한 행위라는 점을 내외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도통신】